체코 법원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원전 신규 건설을 위한 최종 계약서 서명을 하루 앞두고 제동을 걸었다. 연휴 이후 개장 첫날 국내 증시에서 원전주가 급락 중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한수원의 체코 원전 신규 건설 프로젝트가 완전히 무산될 확률은 적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7일 오전 9시 12분 한국거래소에서 한전산업(130660)은 전 거래일보다 9.81% 급락한 1만57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전산업과 함께 원전주로 분류되는 한전기술(052690)(-7.73%), 두산에너빌리티(034020)(-6.32%), 한전KPS(051600)(-3.58%)도 하락 중이다.
이는 7일(현지시간)로 예정된 한수원과 체코전력공사(CEZ) 자회사 간 원전 신규 건설을 위한 최종 계약 서명이 전날 밤 제동이 걸린 영향으로 보인다.
체코 브로노 지방법원은 전날 두코바니 원전 2기 건설 사업 입찰 경쟁에서 탈락한 EDF(프랑스전력공사)가 제기한 행정 소송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 한수원과 CEZ 자회사 간 최종 계약 서명을 금지한다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앞서 한수원이 사업비만 26조 원에 달하는 두코바니 원전 2기 건설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경쟁자였던 EDF는 체코 당국에 우협 대상자 신청 절차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
다만 지난달 24일 체코 경쟁 당국이 이를 최종 기각하자 한수원의 본계약 체결이 원활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우세했다.
하지만 지난 2일 EDF가 체코 경쟁 당국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 체코 법원이 전날 밤 이 행정소송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한수원과 CEZ 자회사 간 최종 계약이 체결돼선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한 달간 체코 원전 계약 기대감에 상승세를 보였던 원전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모습이다. 지난 한 달간(지난달 3일~지난 2일) 한전산업은 20.45%, 두산에너빌리티와 한전기술은 각각 15.66%, 15.38% 오른 바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체코와 프랑스 정부 간 협상을 통해 이번 사태가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조심스러운 낙관론이 나온다.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전개 가능한 시나리오 세 가지로 △가처분 해제 및 한수원과의 계약 지속 △체코와 프랑스 정부 간 협상을 통한 분쟁 해결 △EDF의 승소로 입찰 절차의 변경 및 재추진 등을 제시했다.
허 연구원은 "가처분이 해제되면 수 주~수 개월 후로 미뤄지긴 하나 한수원이 올해 중 최종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며 "EDF가 승소할 수도 있겠지만,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체코와 프랑스 정부 간 협상에 대해서는 "유럽 내 프랑스의 외교·경제적 지위나 과거 사례를 감안하면 이 시나리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도 EDF의 한 원자력 자회사는 2013년 체코 테멜린 원전 3,4호기 입찰 탈락 후 계약 체결 중단 가처분을 얻어낸 바 있고, 2022년 10월 폴란드 루비아토보-코팔리노 원전 3기 사업에 탈락한 후에도 제소 가능성을 비친 바 있다"며 "하지만 EDF는 공식 제소 대신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 혹은 프랑스·폴란드 정부 간 외교 채널을 통한 이의 제기에 주력했다"고 밝혔다.
이 경우 체코가 향후 다른 원전 사업에서 EDF의 일정 역할을 확보하는 것을 약속하고, 프랑스는 이를 조건으로 소송을 철회하는 타협안이 체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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