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의약품(RPT)을 이용해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진행하는 ‘테라노스틱스’가 항암 치료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테라노스틱스란 암세포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는 진단(Diagnostics)과 방사성의약품으로 이를 없애는 항암 치료(Therapy)를 동시에 수행하는 치료법이다. 국내에서도 지난해부터 노바티스의 ‘플루빅토’가 전립선암 치료에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방사성의약품 시장이 본격 개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8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리포트링커에 따르면 전 세계 방사성의약품 시장 규모는 2022년 63억 달러(약 8조 8000억 원)에서 연평균 8.7%씩 성장해 내년에 89억 달러(약 12조 4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방사성의약품을 활용해 암 진단과 치료를 병행하는 테라노스틱스 시장이 급성장하는 상황과 관련 깊다.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 동위원소와 특정 암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방사성의약품을 결합하면 치료 과정을 시각화해 정상세포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정밀하게 암세포를 파괴할 수 있다.
테라노스틱스는 암 치료 분야에서 ‘정밀의료’를 이끄는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환자 개인의 종양 특성에 맞춰 최적화된 치료가 가능해져 치료 성공률은 높이고 부작용은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립선암 치료제인 플루빅토가 글로벌 블록버스터(매출 1조 원 이상) 의약품으로 급부상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테라노스틱스가 확산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부터 전립선암 치료에 플루빅토가 본격 활용되고 있다. 플루빅토는 전립선암에서 과발현되는 전립선특이막항원(PSMA)에 방사성 동위원소인 루테튬(177Lu)을 결합해 암세포를 없앤다. 치료제인 플루빅토는 주로 ‘플루투폴라스타트(F18-Flotufolastat)’라는 진단제와 함께 사용된다. 듀켐바이오(176750)는 플루투폴라스타트 개발사인 미국 블루 어스 다이그노스틱스의 파트너사로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 신청서를 제출해 올 7월 중 허가를 예상하고 있다.
방사선의약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영상 분석 기술과 테라노스틱스의 결합으로 종양의 특성, 진행 속도 등을 예측할 수 있게 돼 더욱 정교한 환자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졌다”며 “테라노스틱스로 임상 시험에서 환자군을 정밀하게 선별해 평균 12년에 달하는 신약 개발 기간 또한 대폭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다만 국내에서 방사성의약품과 테라노스틱스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루테튬 등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 인프라 확대 등을 위한 민관 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 전구체 및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이 충분하지 않아 핵심 약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핵의학회 소속 양승오 박사는 “테라노스틱스 기술의 성공을 위한 핵심은 국내 방사성동위원소 생산 인프라 확대와 새로운 동위원소 개발을 통한 의료 시장 공급”이라며 “대규모 연구시설과의 협력, 정부 차원의 지원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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