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자동차(이하 도요타)가 미국의 자동차 관세와 급격한 엔고(円高) 영향으로 2025회계연도 순이익이 35%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했다. 다만, 이는 미국 자동차 관세로 인한 추가 비용의 일부만 반영한 것이라 상황에 따라 실적이 더욱 악화할 수도 있다.
도요타는 8일 결산 발표회에서 2025 회계연도 연결 순이익이 34.9% 감소한 3조 1000억엔(약 30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매출액은 1% 증가한 48조 5000억엔, 영업이익은 21% 감소한 3조 8000억엔을 전망했다. 자동차 생산은 견조하게 유지되지만, 엔화 강세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수입차 관세 정책이 실적 전반을 끌어내릴 요인으로 지목됐다.
전 세계 자동차 생산의 경우 전년 대비 3.2% 증가한 1000만 대를 목표로 내걸었다. 이는 2024 회계연도(967만 대)에 비해 약 32만대 증가한 수치다. 특히 친환경차 비중은 전년 46.2%에서 49.8%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견조한 생산 흐름에도 불구하고, 4월부터 발효된 미국의 수입차 관세(25%)가 먹구름을 드리웠다. 도요타는 이번 실적 전망에서 올 4~5월분 관세 영향을 1800억엔의 감익 요인으로 잠정 반영하며 관세로 인한 비용 부담이 본격화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토 고지 도요타 최고경영자(CEO)는 “통상 관계를 비롯해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관세는 아직 유동적이라 예상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도요타의 미국 고객이 많기에 중장기적으로는 현지 고객에 적합한 제품을 현지에서 개발하고, 현지에서 생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4 회계연도 기준 도요타의 미국 판매는 233만대로 그 중 약 50%가 수입 물량이다. 미국으로의 생산 이전으로 그동안 회사가 중시해 온 ‘일본 300만대 생산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국내 제조산업 보호를 위해 300만대 생산은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품 가격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미야자키 요이치 부사장은 “가격은 고객 수요를 주시하면서 적절한 시점에 적절하게 대응하겠다”며 “단기적인 시각으로 관세 때문에 가격을 올리는 식의 대응은 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엔화 가치 상승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연초 달러당 157엔대였던 엔·달러 환율은 최근 139엔대까지 하락하며 ‘달러 약세·엔화 강세’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 실적 전망에서 환율 가정은 달러당 145엔으로 설정됐다. 이는 전년도보다 8엔 높은 수준이다. 도요타는 엔화가 1엔 강세를 보일 때 연간 영업이익이 500억엔 감소한다고 밝혀왔다. 이 밖에 이 밖에 자재 가격 상승으로 3500억 엔, 인력 및 성장 투자로 4700억 엔의 영업이익 감소가 전망됐다.
한편, 2024 회계연도 영업이익은 4조 7955억엔으로 전년 대비 10.4% 감소했으나, 연결 매출액은 48조 367억엔으로 6.5% 증가했다. 순이익은 4조 7650억 엔으로 3.6% 줄었다.
도요타는 어려운 경영 환경에도 불구하고 장기 주주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전년 대비 5엔 증가한 주당 연간 95엔의 배당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업이익 전망 등이 시장 예상치보다 낮게 발표되면서 이날 도요타 주가는 한때 전일 대비 3% 하락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