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내 민간 기업들에 사이버보안 대응태세를 강화해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발생한 SK텔레콤(017670) 해킹 사고와 더불어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민감한 정세를 노린 사이버공격이 증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9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전날 국내 기업들에 사이버위협 대응태세 강화 협조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과기정통부는 공문을 통해 “최근 중대한 침해사고의 발생 및 정치적 상황을 악용한 사이버공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사이버보안 경계태세 강화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밝혔다. 그동안 과기정통부 산하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위협을 경고해왔지만 보안 인식을 높이기 위해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가 직접 대응에 나선 것이다.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국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이를 노린 사이버공격이 활발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조치로 분석된다. 안랩(053800)도 최근 탄핵 정국과 관련해 사이버위협에 대한 경고를 내린 바 있다. 안랩은 지난달 7일 “사회적, 정치적 이슈를 악용한 사이버공격이 증가하고 있다”며 “탄핵 심판 관련 소식을 사칭한 피싱, 스미싱, 악성코드 유포 가능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안랩은 해커들이 헌법재판소, 국회, 법무부 등 실제 기관의 형식을 모방한 문서에 악성코드를 삽입해 유포할 수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사용자가 문서를 열람하면 시스템이 감염되고 내부 데이터가 유출될 수 있다.
SK텔레콤 해킹 사건을 악용한 해킹 시도도 늘고 있다. 피싱 방지 설루션 페이크파인더를 운영하는 에버스핀은 전날 SK텔레콤 해킹 사건 이후 불안한 사용자 심리를 이용해 휴대전화 원격 제어 앱 설치를 유도하는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달 2일 SK텔레콤 해킹 사건과 관련해 교체용 유심 재고 도착 알림,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 안내 등의 스미싱 미끼 문자가 활개를 칠 가능성이 높다고 주의를 촉구했다.
북한의 위협도 거세지고 있어 강도 높은 보안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북한이 국내 드론 및 조선을 비롯한 방위산업 분야를 겨냥해 사이버공격을 한층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보건·의료 분야도 위협하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에 따르면 보건·의료 분야에서 발생한 북한의 해킹은 올해 1분기 기준 14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2건) 대비 12건 증가한 수치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시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방산 첨단기술 해킹에 주력하고 있다”며 “김정은이 올해를 보건혁명 원년으로 선언한 후 의료분야 관련 대학교수, 의료기기 제조업체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해킹이 대폭 증가했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간담회에서 이런 내용을 보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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