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1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 교체 무산에 대해 “겸허하게 수용하고 승복한다”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한 사람의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는 개헌 등 정치 개혁을 명분 삼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지 9일 만에 대선 레이스에서 낙마하게 됐다.
그는 이날 서울 여의도 대선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에게 보내주신 응원과 질책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 전 총리는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님과 지지자 분들이 대선에서 승리하시기를 기원한다”며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돕겠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직후에는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찾아가 김 후보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이달 8일 2차 단일화 담판 이후 사흘 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김 후보는 “사부님으로 모시겠다”며 한 전 총리에게 선거대책위원장직을 공식 제안했다. 이에 한 전 총리는 “어떤 입장이 좋은지는 실무적으로 협의했으면 한다”고 확답을 피했다.
이로써 임기 3년 차 하야를 전제로 한 개헌 로드맵을 내걸고 대선 출사표를 던졌던 한 전 총리는 정치인 데뷔 9일 만에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됐다. 이달 1일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직에서 물러나 정치 무대에 올랐지만 당원 대상 대선 후보 교체 찬반 ARS 투표가 부결되면서 제대로 된 선거운동조차 하지 못한 채 대선 행보를 접었다.
한 전 총리는 담담한 모습이었지만 한 후보 캠프 측은 “부결의 전조조차 감지하지 못했다”며 당혹감과 아쉬움을 드러냈다. 최근 보수 단일화 후보 적합도 관련 여론조사를 뜯어보면 국민의힘 지지층 및 무당층에서 한 전 총리가 김 후보를 더블스코어로 앞섰던 만큼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였다고 한다. 김 후보의 단일화 관련 말 바꾸기, 연이은 당 지도부의 일방적 후보 교체, 당 경선 참여자의 김 후보 지지, 한 전 총리의 정치력 부족, 내분으로 국민의힘이 대선 후보를 못 낼 가능성 등이 맞물리면서 정치 신인으로서 최악의 결과를 받아들게 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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