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영국과의 협상 타결에 이어 중국과도 고위급 회담을 갖는 등 관세 협상 속도를 높이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나 관세 인하 방안을 놓고 협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상대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맞대결을 벌여온 미국과 중국이 협상 테이블에 앉은 것은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 관계의) 전면적 재조정 논의가 진행됐다”면서 “커다란 진전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양국의 입장 차이가 좁혀질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미국은 8일 가장 먼저 영국과 무역 협상을 타결했다. 영국이 미국산 소고기 관세를 없애고 미국 항공기 구매를 약속한 대신 미국은 연간 10만 대 한도 내에서 영국산 자동차 관세를 인하하고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영국이 한국과 달리 대미 무역 적자국이라는 점에서 직접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미영 합의는 협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제품 구매 등 자신들의 희망 사항을 상대국이 들어주면 관세 대폭 조정에 나설 수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미중 협상과 관련해서도 뉴욕포스트는 “미국 정부가 대중 관세율을 145%에서 50%대로 낮추는 안을 내부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전쟁으로 미국 내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글로벌 경제의 불안감이 커지자 무역 협상 조기 타결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과의 협상을 곧 타결할 수 있다는 언급도 하고 있다. 15~16일 방한하는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미국 측의 구체적 요구를 한국에 제시하고 협상 일정을 조율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과의 관세 협의에 적극 임하되 트럼프의 속도전에 휘말리지 말고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 일본도 미국과의 관세 합의 시점을 7월 초로 늦추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도 미국과 주요국의 협상 동향을 주시하면서 ‘국익 최우선’ 전략을 치밀하게 세워야 한다. 6·3 대선 전까지는 협상의 기본 틀을 잡는 데 주력하고 대선 후 새 정부가 최종 협상 타결을 주도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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