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대신 관세가 미국 기업들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으로 기업들이 경영 전망을 수정하고 불확실성을 경고하는 사례가 급증하는 모습이다.
지난 9일(현지 시간) CNBC가 알파센스(AlphaSense)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기업들의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는 '관세'라는 단어가 350회 이상 언급됐다. 반면 'AI'는 200회 미만으로 언급됐다. 2022년 말 챗GPT 출시 이후 AI가 기업 실적발표의 단골 주제였으나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새로운 논의 중심으로 부상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일 발표한 고율 관세는 물가 상승과 소비 위축, 경기 침체 가능성으로 기업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4월 CEO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 이상이 향후 6개월 내 경기 침체를 예상했으며 약 75%는 관세가 자사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크리스토퍼 클룰로우 커민스 IR 책임자는 지난 3일 실적발표에서 "2분기부터 무역 관세가 더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며 우리는 미지의 영역에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재무 전망을 수정하지 않는 기업들도 늘었다. 3M에서 분사한 의료장비 제조업체 솔벤텀은 사업 호조에도 불구하고 관세 부담 때문에 연간 주당순이익(EPS) 전망을 그대로 유지했다. 브라이언 핸슨 솔벤텀 CEO는 "관세가 올해 우리에게 역풍이 될 것"이라며 "관세가 없었다면 사업 모멘텀에 맞춰 EPS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 심리도 악화되고 있다. 지난달 미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52.2로 3월 대비 8.4% 급감했다. 제이미 이아노네 이베이 CEO는 "관세는 소규모 기업에 상당한 불확실성을 초래했으며, 수입품 가격 상승 우려는 소비자 신뢰를 약화시켰다"고 지적했다. 향후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6.5%로 1981년 이후 4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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