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스크'로 달러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 계속 전해드렸는데요. 엔화를 밀어올리던 글로벌 '사자'세가 20년 만 최고치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본 재무성이 12일 발표한 '대외 및 대내 증권 매매 계약 상황'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지난달 일본의 주식과 채권을 8조 엔(약 77조 원) 이상 순매수했습니다.
단기 채권(1년 이하)을 제외한 중장기채권 매수가 가장 많았습니다. 총 4조 5371억 엔 어치를 순매수했고요. 뒤이어 주식 및 투자 펀드에 3조 6759억 엔이 들어왔습니다. 순매수액 규모로 보면 채권은 역대 2위, 주식은 3위 수준입니다.
왜 하필 일본일까요? 우선 일본이 지난해 이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영향이 큽니다. 기준 금리가 상승하면 기존 채권은 가격이 하락하지요. 가격 메리트가 컸던 것에서 첫 번째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두번째로는 아무래도 일본 국채가 안전 자산이기 때문이죠.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 상황 속에서 신뢰성이 높고 예측이 가능한 자산으로 투자가 몰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미쓰이스미토모 트러스트 자산운용의 이나노 카츠토시 시니어 전략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주 정책을 변경하며 미국 시장에 혼란이 커지자 안전 자산을 찾는 투자자들이 일본 시장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진단했습니다.
일본 국채가 각국의 외환보유액으로 선호되는 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외환보유액은 정부가 국제수지 불균형을 보전하거나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비축해두는 대외 지급준비 자산입니다. 일종의 '외화 비상금'으로 볼 수 있지요. 오카사 증권의 나가세 나오야 수석 채권 전략가는 "매수세가 평소보다 큰 규모로 확대된 것을 보면 외환 준비와 관련된 자금 유입이 있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미국에서 유출된 자금이 일본으로만 향한 것은 아닙니다. 대만 달러는 최근 한 달 간 매수세가 급격히 늘어 10% 가까이 급등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대만 정부가 미국과 무역 협상 중 하나로 대만달러 강세를 용인할 것이라는 현지 매체의 보도가 나오면서 수출업세들이 공격적으로 미 달러화를 매도한 것이 대만달러 급등세를 촉발했다고 분석을 내놨습니다. 다만 대만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환율은 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공식 부인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수출 경쟁력 제고를 위해 달러 약세를 옹호해온 것을 감안하면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우리나라의 원화도 추가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골드만삭스와 바클레이스를 인용해 지난달 미국의 상호 관세 발표로 급락한 한국 원화가 추가 상승의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는데요. 아시아 통화 지수가 지난 4월 저점 이후 약 3% 상승했고 이달 글로벌펀드가 인도네시아, 태국, 한국의 현지 통화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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