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가 유력 정치인과 인맥을 앞세워 경남지역 간부 경찰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13일 경찰 등에 따르면 명 씨가 사용했던 옛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지난 2023년 7월께 당시 창원서부경찰서 정보과 경찰관 A 씨와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당시 A 씨는 명 씨에게 “(김영선) 의원이 경찰청장이나 행정안전부 차관에게 B 총경을 ‘정보통’이라 소개하고 경남청 정보과장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해 주십사 합니다”라고 말했다.
B 총경은 창원서부경찰서 서장으로, 김 전 의원의 지역구인 창원시 의창구 치안을 담당하는 책임자였다.
당시 경찰 인사철을 앞두고 B 총경이 다른 곳으로 발령 날 것이라는 뒷말이 나돌았다. A 씨가 명 씨와 연락을 취한 이후 B 총경은 실제 경남청 공공안녕정보과장으로 발령이 났다.
게다가 A 씨가 자신의 승진을 청탁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메시지도 나왔다. 그는 “본부장(명 씨)님 제가 내년 승진 예정인데 올해 승진하고 싶다”면서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장에게 하명하면 다음 달에도 승진이 가능하니 챙겨봐 달라”라는 취지로 명 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A 씨는 당시 경위에서 현재 경감으로 승진했다. 또 경남청의 다른 간부가 인사를 청탁 정황도 파악됐다.
C 총경은 명 씨에게 자신의 프로필을 전달하며 “본부장님을 만난 건 운명이 제가 준 특별한 기회라고 생각한다”면서 “부족하지만 잘 좀 부탁한다”고 메시지를 발송했고 6개월 뒤 경무관으로 승진했다.
이 같은 의혹은 명 씨가 과거 사용하던 휴대전화 포렌식 과정에서 드러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대해 A 씨는“B 총경이 소위 정보통이라고 불릴 만큼 능력이 있으시니까 잘 되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명씨에게 단순히 어필한 것”이라며 “명 씨에게 제 승진 얘기를 한 것은 지인에게 하는 푸념 정도에 불과하고 저는 계급 연수를 채워 승진했다”고 설명했다.
B 총경은 “인사 청탁을 하려 했다면 서장을 한 번 더 한다든지 좋은 자리로 해야지 정보과장을 원하는 청탁을 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A 씨가 상관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얘기를 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사자인 C 경무관은 해외 체류 중이라 연락이 닿지 않았다.
경찰청은 A 총경과 C 경무관 등에 대해 감찰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경찰 고위직들이 관련돼 있어 경찰청에서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라며 “감찰 등을 거쳐 절차 위반 사항이 나오면 그에 상응하는 조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명 씨가 수사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은 지난해 11월 제기된 바 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이러한 내용이 담긴 녹취 5개를 공개했다. 2022년 6월부터 2023년 12월 사이 김 전 의원 회계책임자 강혜경 씨, 지인과 명 씨가 통화한 내용이다.
녹취에는 검찰과 경찰에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과시하는 명씨 발언이 담겼다.
명 씨는 2023년 12월 9일 녹음파일에서 강 씨에게 “경찰청장부터 해가(해서), 여기 검찰부터 해가(해서), 김영선이 잡혀가. 그거 다 충성 맹세시킨 것 아나. 내가 데리고 와서. 김영선한테 ‘충성합니다’ ‘충성하겠습니다’ 다 세 번씩 외쳤다. 누가 해줬나, 내가 (해줬다)”고 말했다.
선거 관련 수사로 김 전 의원이 형사처벌 당할 수도 있는데 자신이 검경을 불러서 김 전 의원에게 충성맹세를 시켰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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