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0.8%로 수정 전망했다. 올해 2월 1.6%를 제시한 지 석 달 만에 반토막을 낸 것이다. 그간 해외 투자은행(IB)에서 0%대의 암울한 성장률 전망치가 나온 적은 있지만 국내 기관 중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14일 KDI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올해 건설업 부진과 통상여건 악화로 전년 대비 0.8%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한다면 코로나19가 확산했던 2020년 0.7% 역성장한 이후 5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는 셈이다. 건설투자가 4.2% 감소하는 데다 상품수출(물량 기준) 역시 0.4% 줄어들면서 대내외 악재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으리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2월에 올해 경제성장률을 1.6%로 전망을 했었는데 이번에 절반 수준으로 하향 조정하게 됐다”며 “관세 등 대외 충격의 영향이 대략 0.5%포인트(p), 대내 충격이 0.3%p로 산출됐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4월부터 미국 관세 인상이 본격화했을 뿐만 아니라 관세정책에 대한 불확실성도 상당히 확대됐다”며 “이런 부분이 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그게 또 내수에도 일부 부정적으로 파급된다”고 설명했다.
추가적인 위험요인에 대해서는 “(25%의) 상호관세 유예가 종료되거나 주력 수출품인 전자제품에 높은 (품목)관세가 부과될 경우 수출 부진이 심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내적으로는 건설경기 급강하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비수도권에서 준공 후 미분양이 급증하는 가운데 주택매매가격이 하락세를 지속하는 등 주택경기가 하락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구조조정이 지연돼 건설업체 재무건전성이 추가적으로 악화될 경우 공사 진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건설투자 회복이 제약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KDI는 이 같은 암울한 전망에도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추가적인 재정지출은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봤다. KDI에 따르면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는 2023년과 2024년 -3.6%, -4.1%를 기록한 이어 올해에도 13조 8000억 원의 추경 반영시 -3.3%로 목표 상한선인 3%를 상회한다.
KDI는 확장적인 재정정책의 여지가 적어진 만큼 보다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주문했다. 정 실장은 “(한국은행이) 지난해 두 차례, 올해 한 차례 총 세 차례 금리 인하를 했다”며 “지금 경기 등을 봤을 때 올해 추가 인하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