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일본에 손해를 봐가며 우리 쌀을 수출한 것을 두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 곡창지대인 호남 지역 의원들은 “자칫 우리 쌀 산업의 지속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우려했다.
15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시장을 개척하는 용도라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우리 쌀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저렴한 값으로 수출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농민들과 정치권은 우리 쌀값을 방어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데 농협이 헐값으로 일본에 쌀을 수출했다가 쌀 산업 전체에 왜곡 현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다.
21대 국회에서 해남·완도·진도 지역구 의원을 지낸 농해수위의 윤재갑 전 의원도 “굳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일본에 쌀을 수출을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시도는 좋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런 방식으로 수출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농협은 지난달 일본에 전남 해남군 옥천농협에서 생산한 ‘땅끝햇살’ 2톤을 시범 수출했다. 이를 기점으로 올해 22톤까지 쌀 수출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일본 내 쌀값 폭등으로 인해 현지 가격에 맞춰서 판매한 한국 쌀은 빠른 속도로 판매됐다.
현재 이 쌀은 일본 슈퍼마켓에서 4㎏에 4104엔(약 4만 원), 10㎏ 기준 9000엔(약 9만 원)에 팔리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당 341엔(약 3400원)의 관세를 매기는 종량세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관세와 물류비, 각종 사업비 등을 포함하면 사실상 수익성이 나지 않는다. 농협은 이를 통해 일본 시장을 테스트한 뒤 수출을 늘려가겠다는 방침이지만 향후 가격을 올려 팔아도 현지 수요가 유지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전남 해남은 고품질 쌀 생산 지역으로 쌀값 방어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곳이다. 쌀 수출보다는 공공비축미를 늘리는 방식으로 쌀값 하락을 막아왔다. 지난해에는 농협이 해남 벼 40㎏ 기준 317만 1100여 가마 가운데 54만 6000여 가마를 공공비축미곡으로 수매하는 등 쌀값 안정 대책을 펼쳤다. 전남 지역구의 22대 의원인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본지에 “지난해 해남의 쌀값 방어 대책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농림축산식품 분야 무역수지 적자는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농림축산식품 무역수지는 △2020년 -267억 1500만 달러 △2021년 -333억 4600만 달러 △2022년 -397억 4700만 달러 △2023년 -346억 5600만 달러 등으로 지속적으로 적자가 났다. 윤 의원은 “국내 쌀 수급 잉여분이 있다면 수출을 통해 대체할 수 있어야 전체적인 수급이 안정적으로 유지돼 가격 기능이 작동할 것”이라며 “일본에 쌀을 수출한 것도 좋지만 (수익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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