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이 단일 의료기관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간이식 수술 9000건을 달성했다. 1992년 8월 국내 처음으로 뇌사자 간이식 수술을 시행한 지 32년 8개월 만이다.
15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장기이식센터는 지난달 30일 두 건의 생체 간이식에 성공해 누적 9000번째 간이식을 달성하며 한국 의료의 새 역사를 썼다. 전 세계에서 간 이식 누적 건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진 미국 메이요 클리닉은 1985년 이후 1만 900건을 시행했다. 다만 미네소타, 플로리다, 애리조나 등 3개 지점 실적을 합친 수치다. 그 외 미국 피츠버그대 메디컬센터가 1981년 이후 8000건,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병원이 1998년 이후 4000건 가량의 간이식을 시행했다. 단일 의료기관이 간 이식 9000건을 달성한 것은 세계 간이식 역사상 전무후무한 성과다.
9000번째 수술의 수혜자는 간암과 알코올성 간경화를 앓아 온 윤모(43)씨다. 기증자인 조카 정모(20) 씨와 수혜자의 혈액형이 달라 거부반응이 발생할 위험이 컸지만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은 환자에게 항체 형성 억제제를 투여하고 혈장에 존재하는 질병 유발 항체를 제거한 뒤 환자에게 재주입하는 혈장교환술 등을 통해 안전하게 이식을 마쳤다. 이 수술을 집도한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는 “수술실부터 중환자실, 병동에 이르기까지 여러 과의 수많은 의료진이 원팀으로 움직인 덕"이라며 "환자의 장기 생존과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의 간이식 수술은 수술 횟수 뿐만 아니라 예후도 좋다. 9000건의 수술 중 생체 간 이식은 7502건, 뇌사자 간 이식은 1498건으로 생체 간 이식 횟수가 훨씬 많다. 병원 측은 "생체 간이식은 뇌사자 간이식에 비해 수술이 까다롭고 합병증 발생 위험도 더 크다"며 "서울아산병원의 전체 간 이식술 생존율은 1년 기준 98%로 미국 피츠버그 메디컬센터,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 메디컬센터의 평균치인 92%를 크게 웃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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