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호황을 누리는 국내 조선소가 가동률 100%에 선박 발주는 밀려들지만 동시에 근심이 쌓여가고 있다. 한 달도 안 남은 조기 대선에 누가 당선돼도 통상임금, 정년 연장, 주4.5일제 등 각종 노동정책 변화가 예상되고 노조 협상력이 갈수록 커져 경영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업들의 노동정책 리스크가 커지자 국내 주요 로펌들이 노동 관련 전관이나 전문 변호사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동인은 노동 분야 법률 전문팀을 영입할 계획을 세우고 관련 인력을 물색하고 있다. 동인은 10대 로펌 중 하나지만 현재 노동 관련 전문팀은 없어 통째로 팀 하나를 영입해 조직을 보강한 뒤 전관 영입도 추진할 계획이다. 차기 정부에서 노동정책과 관련 법률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로펌 입장에서도 기업들의 노동 자문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법무법인 광장과 태평양은 문재인 정부 당시 고용노동부 고위 관료 영입을 위한 치열한 물밑 경쟁을 펼쳤다. 광장은 안경덕 전 고용부 장관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고용부 장관은 3명뿐이었는데 정치인인 김영주 전 장관을 제외하고는 실제로 영입 가능한 전 장관이 2명뿐이라 로펌에서도 영입 경쟁이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이어 노동 자문과 소송이 크게 늘어날 것을 대비해 인사·노무·안전 이슈를 통합 담당하는 노동컴플라이언스팀을 새로 만들었다.
태평양은 안 전 장관과 같은 시기에 일한 박화진 전 고용부 차관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박 고문은 고용부에서 노사협력정책관, 중앙노동위원회 상임위원 등 노동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정책통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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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화우 역시 노조 대응과 중대재해 분야 업무 대응을 할 수 있는 고용부 출신 전관을 새로 영입하기로 결정하고 관련 인사를 수소문하고 있다. 화우는 노동팀에 전 고용부 노동정책실, 노사협력정책국, 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 출신 인사를 충원해 노동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10대 로펌에 새로 진입한 법무법인 YK 또한 상반기 내 고용부 전관 출신 인사 영입을 완료할 계획이다.
태평양의 한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사고가 늘어나는 등 노동 대응 인력이 꾸준히 필요해 70명 정도에서 시작한 팀이 현재 100명을 넘었다”며 “인력 자체도 계속 필요하고 서비스 수준을 높여야 해서 (전관 등) 고문직은 계속 뽑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주요 로펌들이 노동팀 보강에 힘쓰는 것은 주요 대선 주자들의 정책 중 기업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노동정책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노란봉투법 △주4.5일제 △정년 연장 △포괄임금제 재검토 등을 추진하고 있다. 노동운동가 출신인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유연근로형 주4.5일제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특히 파업 근로자의 손해배상액을 제한하고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노란봉투법의 경우 민주당의 중점 법안이어서 이 후보가 당선되면 손쉽게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기업의 노조 쟁의행위에 대한 억제 수단이 약화되고 파업과 생산 차질 불확실성이 예상된다”며 “인사 노동과 산업안전 분야 취약점을 전면적으로 재점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법무법인 율촌 노동팀은 다가오는 대선을 앞두고 향후 예상되는 노동 정책 변화와 입법 동향에 대해 사전 검토에 나섰다. 특히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 가능성에 주목해 전담 태스크포스(TF)도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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