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흘리고 쓰러진 아내를 방치한 채 외출한 남편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9단독 강태호 판사는 15일 유기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64)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인천시 강화군 자택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 아내 B씨를 방치한 채 테니스 치러 외출한 혐의를 받았다. 테니스를 치러 가기 위해 옷을 갈아입으러 집에 들렀다가 화장실 바닥에 쓰러진 아내를 발견하고도 단지 사진만 찍어 의붓딸에게 전송한 후 즉시 자리를 떠났다. 당시 B씨는 외상성 경막하 출혈 상태였으며, 딸의 신고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뇌사 상태에 빠졌다.
강 판사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유기한 부분은 유죄로 인정된다"면서도 "피해자가 언제 경막하 출혈이 발생한 것인지 특정할 수 없어 피고인이 즉시 보호 조치를 했더라도 의식 불명을 피했을 것이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핏자국을 보고도 피해자를 그대로 방치한 채 외출해 유기 정도가 중하다"며 "피해자 측은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재판부는 A씨가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과거 가정폭력 수사 당시 경찰로부터 "피해자 몸에 손대지 말라"는 조언을 들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3월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한 바 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예전에도 가정폭력으로 신고된 적이 있어 아내와 더 엮이기 싫었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그는 과거 3차례 가정폭력으로 경찰에 형사 입건됐으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았다. 이번 사건은 가정폭력 사례에 대한 사법 처리와 피해자 보호 측면에서 사회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