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에 이어 무디스마저 미국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하면서 국내 환율과 주식시장에도 상당한 변동성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과거 S&P(2011년)와 피치(2023년)가 미국 신용등급을 낮췄을 당시에도 위험자산 기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수십 원가량 급등한(원화 가치 하락)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 강등이 어느 정도 예고돼 있었던 만큼 국내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함께 나온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관세전쟁 여파로 출렁임이 커졌던 시장에 또 다른 대형 변수가 추가되면서다. 실제 18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5월 일평균 원·달러 환율 변동 폭(장중 고점-저점, 야간 거래 포함)은 25.26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7월 서울외환시장 거래 시간이 익일 오전 2시로 연장된 이래로 가장 큰 수치다.
일평균 환율 변동 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해 11월(11.79원)과 비상계엄에 이어 탄핵 정국이 지속된 12월(11.5원)에 11원대를 기록했고 올해 1월에는 12.46원으로 벌어졌다. 이후 2월(9.47원)과 3월(9.79원) 9원대로 안정됐다가 4월 미 관세 부과 여파에 14.85원으로 커져 5월에는 25원대까지 확대됐다.
여기에 무디스발(發) 신용등급 변수까지 나타나 환율 결정이 더 ‘고차방정식’으로 복잡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2011년과 2023년에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환율이 급등했지만 올해는 하방 압력도 커 결과를 내다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의 신용등급이 역사상 최초로 강등됐던 2011년에는 강등 발표 직전일 1061.70원이던 환율이 단기간에 1096.10원까지 치솟아 외환 당국의 시장 개입으로 1100원 선을 가까스로 사수한 바 있다. 2023년에도 1275원대였던 환율이 보름 만에 1340원대까지 껑충 뛰었었다.
증시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 신용등급 강등 때 코스피는 하루 만에 각각 3.8%(2011년), 1.9%(2023년)씩 급락했었다. 하지만 이번 신용등급 강등이 증시에 미치는 악영향이 낮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3년 미국의 금리 인상 등 악재가 가득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국가별 관세 협상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는 데다 미중 무역전쟁도 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무디스 신용등급 강등은 단기 변동성 재료일 뿐 환율과 증시의 방향성을 바꿀 악재까지는 아닐 것”이라며 “앞선 두 차례 강등과 현재 증시를 둘러싼 맥락이 달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19일 오전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국제금융센터 등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긴급 콘퍼런스콜을 소집해 미국 신용등급 하향에 따른 국내 외환금융시장의 파장과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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