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열린 경제 분야 TV 토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상대로 한 통상 전략을 두고 격돌했다. 특히 관세 협상 시기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조기 타결할 필요가 없다”면서 신중론을 폈지만 김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과 제가 가장 우호적인 관계, 신뢰하는 관계가 형성돼 있다. 관세 유예가 종료되기 전에 끝낼 것”이라고 자신하며 시각차를 드러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와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는 각각 친중 외교 경계론과 중소기업 위기론을 부각하며 군소 정당 주자임에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날 서울 상암동 SBS 공개홀에서 경제를 주제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초청 1차 TV 토론회에서 ‘트럼프 시대 통상 전략’과 관련해 이재명 후보는 “관세 협상을 조기 타결할 필요가 없다”며 수출시장·품목 다변화와 전략적 통상 정책 추진을 강조했다.
이재명 후보는 특히 앞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대미 통상 협상 과정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거론하며 “이건 퍼주기를 하겠다는 취지”라며 “서두르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차기) 정부 구성도 안 됐는데 왜 서두르나”라고 김 후보를 공격했다.
김 후보가 “서두른다기보다 애로 사항을 신속하게 해결하자는 것”이라고 반격하자 이재명 후보는 “통상 문제는 매우 심각한 문제인데 일상적인 잡무를 처리하듯이 하면 안 된다”고 몰아세웠다.
앞서 진행된 공약 발표에서 미국이 상호관세 유예기간으로 정한 7월 8일까지 이른바 ‘줄라이 패키지’ 타결을 제시한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과거 발언을 파고들었다. 김 후보는 “통상 문제 해결을 위해서 대통령의 외교적 신념과 국제사회의 신뢰가 중요하다”면서 2017년 성남시장 시절 ‘미군 철수’ 발언과 지난해 당 대표 당시 ‘셰셰(謝謝·고맙습니다)’ 논란 등을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우호적이고 신뢰 관계가 형성돼 있다”고 자처한 김 후보는 “우리나라는 한미 동맹이 매우 중요한데 이재명 후보의 발언을 보면 미국으로서는 상당히 끔찍하다”며 이재명 후보의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맞받아치며 “한미 동맹은 중요하고 앞으로도 확장하고 발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안보·경제 등 포괄 동맹으로 발전해나가야 하는 기본 축인 건 분명하지만 완전히 의존해서는 안 된다”며 “중국·러시아 등과 관계를 완전히 배제할 필요가 없다. 외교는 국익을 중심으로, 실용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는 6·25전쟁 당시 중국이 적국이었다는 점까지 언급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중국 공산당은 우리의 적국이었고 미국은 대한민국을 지킨 당사자”라며 “중국과 미국이 같은 수준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는 “(국가별) 비중을 당연히 고려해야 한다”면서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도 중요하게 잘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극단화시키지 말아달라. 실사구시적으로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권 후보는 관세전쟁의 최대 피해자로 중소기업을 꼽아 눈길을 끌었다. 권 후보는 “관세전쟁에서 가장 위험한 건 중소기업이다. 대기업은 자기방어력 있다”면서 “9만 5000여 개의 중소기업이 수출하고 있는데 관세 문제로 인해 자칫 수출길이 막혀서 폐업 위기에 놓일 수 있다”며 이재명 후보에게 대책을 질문했다.
이재명 후보는 “미국의 전략이 미국 자국민에게도 수용이 안 될 거라 생각한다. 소프트파워를 갉아먹는 식으로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제동이 걸릴 때까지 견디는 게 중요한데 정부가 나설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준석 후보도 이재명 후보의 친중 노선 논란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셰셰’ 논란을 두고 “양안 관계 유사시 개입하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가정을 극단화시키면 문제가 생긴다”며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판단해야 하고 기준은 대한민국 국익”이라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외교 관계는 특히 격변할 수 있어 상황에 따라 판단이 달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해상풍력발전 공약을 두고도 “풍력발전 부품 대부분이 중국산인데 중국을 위한 게 아니면 무엇이냐”고 거듭 공격했다. 이재명 후보는 “저를 친중으로 몰아보려고 하는데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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