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073240) 광주공장이 대형 화재로 생산을 중단하면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공장 이전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호타이어는 우선 전남 곡성·평택 공장과 중국·베트남 공장 등 다른 생산 거점을 최대한 활용해 공급 공백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연간 생산량을 6500만 본으로 확대하려던 올해 계획을 미루고 광주 공장 정상화와 피해 복구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2019년부터 광주공장의 함평 이전을 추진해 왔다. 광주공장은 1974년 완공 이후 설비 노후화로 가동률 저하 등 문제를 겪어왔기 때문이다. 공장 주변으로 KTX광주송정역과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서면서 분진·소음 등에 따른 주민 민원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금호타이어는 2022년 공장 용도변경 계획 등 이전 방안을 광주시에 제출한 뒤 지난해 10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함평 빛그린산업단지 내 부지 50만㎡를 1161억 원에 매입하기로 계약했다. 이미 납부한 계약금 10%를 제외한 잔여 금액을 2029년 10월까지 분할 납부한 뒤 토지 소유권을 넘겨 받기로 했다.
그러나 이전 작업은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금호타이어는 광주공장 부지를 공장 용지에서 상업 용지로 전환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광주시에서는 난색을 보이고 있어서다. 현행법상 공장이 가동을 멈춘 뒤 토지 활용 계획을 심사 받아야 용도 변경이 가능한 점에서 특혜 시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광주시는 공장을 가동하더라도 신규 개발 사업자가 구체적인 개발계획을 제시하면 용도 변경 사전 협상에 착수할 수 있다는 ‘조건부 승인’을 내걸었지만 악화된 부동산 경기로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는 실정이다.
이번 광주공장 화재로 함평 이전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호타이어가 불에 탄 광주공장을 다시 짓거나 함평에서 신공장을 세우는 방안을 두고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김창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재 이전에도 노후화된 광주공장을 매각하고 함평 신공장 이전을 추진 중이었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부지 용도 변경과 약 1조 2000억 원에 달하는 이전 비용 확보였다”며 “광주공장 가동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만큼 함평으로의 이전을 서두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문제는 금호타이어의 재무 여력 등을 고려할 때 공장 이전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올 1분기 기준 금호타이어의 부채는 3조 3914억 원으로 1조 2000억 원 넘는 이전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금호타이어는 광주공장 부지를 담보로 이전 비용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용도변경에 막혀 있는 상황이다.
금호타이어는 생산라인 가동을 멈춘 광주공장 대신 전남 곡성·평택공장과 중국·베트남공장 등 다른 생산 거점을 최대한 활용해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곡성공장과 중국·베트남공장 등을 활용해 광주 공장 생산을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들에 납품하는 신차용 타이어(OE)는 해외에서 들여오는 등 공급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는 현대차·기아 등 완성차 업체와 현재 상황을 공유하면서 타이어 납품 일정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해외 공장 등을 통해 대체할 수 있는 물량도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공장(광주·곡성·평택)과 해외 공장(중국·베트남·미국)의 평균 가동률은 각각 99.4%, 100.8%로 이미 바쁘게 돌아가는 상태라 추가 물량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광주공장의 연내 가동이 미뤄질 경우 약 700만 본 규모의 판매 차질이 예상된다.
금호타이어의 올해 사업 계획도 전면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금호타이어는 올해 글로벌 생산 능력을 6500만 본으로 지난해(6140만 본) 대비 5.9% 확대할 예정이었으나 광주공장 화재로 추진이 어려워졌다. 광주 공장 정상화와 지역 주민 피해 보상 등에 자금을 우선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유럽·미국 등에서 타이어 판매를 늘려 역대 최대인 5조 원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에는 적신호가 켜졌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올 초 가이던스로 제시했던 실적 목표치는 글로벌 생산 능력 및 판매 확대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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