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7월부터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시행하면서 연봉 1억 원인 차주의 대출 한도가 최대 3000만 원 이상 줄어든다. 다만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 지방은 3단계 DSR 시행을 유예하기로 했다. ★관련 기사 24면, 본지 5월 19일자 1·9면 참조
금융위원회는 20일 가계부채 점검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방안을 확정했다.
서울·인천·경기 지역은 7월부터 예정대로 스트레스 DSR 금리를 기존의 1.2%에서 1.5%로 올린다. 이에 수도권 지역에서는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기존보다 3~5% 줄어든다. 스트레스 DSR은 미래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해 대출금리에 스트레스 금리를 얹어 대출 한도를 산출하는 제도다. 스트레스 금리는 실제 대출금리에 반영되지 않지만 원리금 상환 부담을 높여 대출 한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이번 조치로 연 소득이 1억 원인 사람이 30년 만기, 연 4.2% 금리의 혼합형(5년 고정 뒤 변동금리), 원리금 균등 상환 조건으로 주담대를 받을 경우 2단계에서는 6억 3000만 원이었던 한도가 3단계에서는 5억 9000만 원으로 약 3300만 원 감소한다.
같은 조건으로 변동금리 상품을 쓰면 한도가 5억 9000만 원에서 5억 7000만 원으로 1900만 원 줄어들고 주기형(5년 주기로 금리 변경)은 6억 5000만 원에서 6억 4000만 원으로 한도가 깎인다.
연봉이 5000만 원인 차주가 같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으면 △변동형 1000만 원 △혼합형 1700만 원 △주기형 900만 원 정도 대출 한도가 쪼그라든다.
신용대출도 한도가 줄어든다. 소득 1억 원 차주가 대출금리 5.5%의 5년 만기 신용대출을 받을 경우 변동형은 2단계 대비 400만 원(1억 5200만 원→1억 4800만 원), 고정형(1억 5400만 원→1억 5100만 원)은 300만 원가량 가능액이 감소한다.
별도로 비수도권 지역은 12월 말까지 스트레스 DSR 금리를 현행 수준인 0.75%로 적용한다. 지방 주담대 한도는 현재와 똑같이 유지된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올해 말에 지방 주담대가 비수도권 경기와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스트레스 금리 수준을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계에서는 스트레스 DSR 규제 강화에 서민들의 자금난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스트레스 DSR 규제 강화로 2금융권으로 대출이 몰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취약차주가 몰릴 경우 연체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이 금리 인하기에 가계대출 속도를 제어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를 이어오고 있지만 금리 인하기에 접어든 데다가 연초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이후 급증했던 주택거래량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5조 3000억 원 늘면서 지난해 10월(6조 5000억 원) 이후 6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특히 이달 들어 가계대출 증가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만 보름 새 3조 원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안팎에서는 7월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을 앞두고 막차 수요가 겹칠 수 있다는 예측도 많다.
금융 당국은 월별 가계대출 한도 관리를 통해 급격한 대출 쏠림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잡히지 않으면 자본규제상 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 조정 같은 추가 조치가 단행될 수도 있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과도한 대출 증가세는 억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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