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사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담합 제재를 추진하는 공정거래위원회를 겨냥해 금융 안정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금융 감독 당국 수장이 공정위의 LTV 제재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처음이다.
이 원장은 20일 임원 회의에서 “최근 일부 금융 인프라의 과점적 구조와 일부 금융사 간 정보 교환 행위의 경쟁 제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금융업의 특성상 필요한 금융 안정 조치가 경쟁 제한 논란을 촉발할 수 있고 반대로 경쟁 촉진 조치가 금융 안정과 소비자 권익을 침해할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 감독 당국의 경우 금융 시장 안정이 주된 정책 목표 가운데 하나다. 시장이 안정되지 않으면 금융·자본시장이 뒤흔들리고 이는 경제에 치명타가 된다. 그는 “금융 안정과 경쟁 촉진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며 “금융사와 소비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 해소와 금융 당국과 경쟁 당국 간 협조 체계 강화를 다각도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이 공정위의 LTV 제재에 대해 금융 안정 문제를 제기한 것 자체가 공정위의 무리수를 지적하는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금융 당국과 경쟁 당국 사이의 협조 체계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도 공정위의 일방통행식 제재를 지적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다만 금감원은 “공정한 경쟁질서가 확립될 수 있도록 필요한 과제를 적극적으로 발굴하자는 취지”라고 선을 그었다.
이 원장은 또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장기적으로 미국 국채와 달러화의 안전자산 지위를 약화시키는 트리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시장 영향은 과거 사례에 비해 제한적이지만 대내외 위험 요인이 산재해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이어 “이번 강등은 미국의 관세정책 불확실성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정책 신뢰도는 낮아지는 가운데 발생했다”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자금 흐름 변화와 국내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국내 금융권의 환위험과 외화 유동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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