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재정 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면서 글로벌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자, 원·달러 환율도 1380원대로 내려앉았다.
2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2원 하락한 1387.2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해 11월 8일(1386.4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환율은 1.2원 내린 1391.2원에 출발한 뒤, 장중 1390원을 하회하며 낙폭을 키웠다. 점심 무렵에는 한때 1384.2원까지 내려가는 등 하락세가 뚜렷했다.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약세를 이끈 것은 미국 재정에 대한 불신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데 이어, 미 행정부의 감세 조치에 따른 재정적자 확대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달러 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전일보다 0.76% 하락한 99.480을 기록하며 약 2주 만에 100 아래로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미국 재정 불안을 자극한 직접적인 원인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목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의회를 방문해 대선 핵심 공약인 감세 법안의 하원 통과를 압박하며 공화당 의원들을 적극 독려했다.
통상적으로 미국 국채 금리 상승(채권 가격 하락)은 달러화 강세를 유도하지만, 최근에는 채권을 포함한 달러 자산 전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달러화가 이례적인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미 국채 옵션시장에서는 10년물 금리가 현재 4.48% 수준에서 5%까지 오를 가능성도 제기되는 등 국채 금리 상승에 대한 경계감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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