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질서가 군사력보다 경제 제재와 수출 통제로 움직이는 시대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지경학(Geoeconomics)’의 중요성을 체계적으로 조망한 ‘지경학의 부활 – 미국 제재 정책의 트릴레마와 한국의 선택’이 출간됐다.
지경학은 경제를 국가 전략의 도구로 삼는 현상을 설명하는 학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관세 정책, 반도체 수출 통제, 자원의 무기화 등은 모두 그 대표적 사례다. 이 책은 이러한 현상을 단순히 보호무역이나 무역 분쟁으로 보지 않고, 국제 안보와 외교 전략의 연장선으로 분석한다.
저자 주현준은 기획재정부, 대통령실, 국제기구 등에서 25년 이상 근무한 국제금융·제재 전문가다. 2021~2024년 미국 워싱턴DC 파견 근무 당시 미·중 갈등과 제재 정책 변화를 현장에서 체감한 바 있으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의 제재 정책을 ‘트릴레마’라는 틀로 해부한다.
책에서 말하는 ‘제재 트릴레마’는 △제재의 효과성 확보 △부작용 최소화 △핵심 동맹국의 협조 확보라는 세 목표가 동시에 충족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뜻한다. 미국은 이 세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기 어렵고, 이는 동맹국인 한국에 오히려 외교적 레버리지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경학의 부활’은 제재의 법적 기반, 미국 제재의 역사, 정책 결정과정, 제재 대상국의 반격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설명한다. 중국의 대응 전략과 미·중 제재 전쟁의 균형도 분석하며, 한국이 중견국으로서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조목조목 제시한다.
실무경험에서 우러난 ‘지경학 인사이트’가 각 장에 수록돼 기업, 외교관, 정책입안자 모두에게 현실적인 전략 도구로 작용한다. 특히 공급망과 수출입을 다루는 기업인에게는 실질적인 리스크 분석과 대응책을 제시하고, 일반 독자에게는 경제제재의 흐름과 글로벌 충돌 구도를 이해할 수 있는 프레임을 제공한다.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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