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를 앞두고 대출 수요가 몰리면서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이들 들어서만 3주 만에 4조 원 가까이 불어났는데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과 맞물려 대출을 받으려는 이들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5일 금융계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 들어 22일까지 3조 3514억 원 증가했다. 이달에도 주택담보대출이 2조 8149억 원 늘면서 전체 대출 상승세를 주도했다. 신용대출은 5909억 원이나 불어났다.
2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 폭도 꺾이지 않고 있다. 2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달 5000억 원 늘며 증가세로 돌아섰는데 이달 들어서도 비슷한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5대 은행과 2금융권을 더하면 22일 기준으로도 4조 원에 가까운 3조 8500억 원이나 증가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하면 이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이 6조 원에 달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가계대출 증가액은 3월 7000억 원에서 4월 5조 3000억 원으로 크게 늘었는데 이달 들어 증가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 당국도 가계대출이 더 늘어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5월은 가정의 달이라 연초에 비해 자금 수요가 큰 편”이라면서 “가계대출이 전보다 더 늘어날 수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지는 것은 주담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주택거래량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2~3월 늘어난 주택 거래가 1~2개월 시차를 두고 본격적으로 대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2월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영향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기간에 서울 강남권 주택 거래가 유의미하게 늘지는 않았다”면서도 “비강남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거래는 다소 늘었는데 토지거래허가제 해제로 집값이 뛸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문제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9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13% 올랐다. 강남·서초·송파·강동구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전주(0.23%)보다 커진 0.32%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이달 중순부터 강북 지역에도 매수세가 붙으면서 거래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강북의 인기 지역인 마포구 일대는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마포구 염리동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전용면적 84.9㎡는 16일 4층이 23억 9500만 원에 팔리면서 역대 최고가를 새로 썼다.
금융계 안팎에서는 주택가격 상승에 7월 3단계 스트레스 DSR 확대 시행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막차 수요’가 겹치면서 대출 증가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3단계 스트레스 DSR은 전 금융권의 모든 부동산 담보대출을 조이는 것이 뼈대다. 연봉 1억 원 직장인의 경우 대출이 3300만 원가량 줄어든다.
미국의 관세정책에 따라 주식시장이 크게 출렁이면서 신용대출을 일으켜 투자하려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여신 담당 임원은 “이달 마지막 주에 공모주 청약 일정이 예정돼 있다”면서 “공모주 청약 증거금을 대출로 마련하는 수요가 늘면 신용대출 증가액이 가파르게 늘 수 있다”고 전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도 변수다. 금리가 시중금리가 내려가 주요 은행이 대출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면 대출 수요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한은은 2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금리를 결정할 예정인데 시장에서는 한은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0.25%포인트 낮추는 방안이 확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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