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미·일 관세 협상의 일환으로 미국 조선업 부활을 지원하는 양국 공동기금(펀드) 설립 방안을 미국에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조업 일자리 창출을 중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과 부합하는 동시에, 조선업계 점유율을 확대 중인 중국에 대응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아사히신문은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이 이번 협상에서 조선 분야 협력안을 포함한 구체적 계획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26일 보도했다. 제안에는 공동기금 외에도 미국 내 선박 수리 시설 확충·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차세대 암모니아 연료 선박 및 쇄빙선 공동개발 등이 포함됐다.
이 같은 제안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의 가려운 곳을 적극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한때 ‘조선 강국’으로 불렸지만 현재 세계 선박 건조 점유율은 0.1%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미국은 일본의 첨단 조선 기술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기술로 미국 조선업을 재건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제조업 부흥과도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세계 조선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도 깔려 있다. 중국이 일방적으로 생산을 줄일 경우 선박 부족으로 글로벌 물류 체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상황에서 일본과 미국이 조선 역량을 공동으로 확충함으로써 ‘경제안보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계산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이를 두고 “일본과 미국의 이해가 일치하는 제안”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 내 조선업 부활의 현실성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일본 중공업계 고위 관계자는 “미국에서 (채산성이 맞는 수준의 임금으로) 조선소에서 일할 노동자가 얼마나 있겠느냐”며 인건비 부담을 지적했다.
한편,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조선 분야 협력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25일 교토의 한 조선업체 수리 시설을 시찰하며 “미군 함정을 일본에서 정비할 수 있는지 미국 측이 관심을 갖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도 가능하다면 지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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