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하는 아파트 설계 공모에서 심사위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설계업체 관계자와 금품을 받은 대학교수 등이 무더기로 검찰에 송치됐다.
경남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심사위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배임증재)로 경기지역 한 설계업체 대표 A 씨 등 2명을 구속하고, 금품을 받은 대학교수 심사위원 5명과 A 씨에게 심사위원을 소개해준 건축업자 1명을 각각 배임수재와 배임증재 방조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들은 2021년 10월 LH가 시행한 아파트 설계 공모에서 A씨 업체에 고득점을 주는 대가로 총 35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주고받은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범행 당시 국토교통부 고시인 '건축 설계공모 운영지침'상 LH가 설계 공모 공고를 내면서 심사위원 명단도 같이 공개하는 점을 악용했다. LH는 공모에서 평가 분야를 전공하는 대학교수와 공무원 등 심사위원 15명의 심사를 거쳐 설계 용역업체와 계약한다.
이에 A 씨는 대학교수 등 심사위원 대다수에게 "높은 점수를 주면 잊지 않겠다"는 식으로 청탁을 시도했고 이 중 5명의 대학교수 심사위원은 이를 받아들여 심사과정에서 A 씨 업체에 높은 점수를 줬다. 이들은 500만∼1000만 원씩 현금으로 돈을 받았다.
하지만 청탁받지 않은 10명의 심사위원은 당시 심사한 2개 업체 중 A 씨 업체가 아닌 다른 곳에 높은 점수를 주면서 A 씨 업체는 공모에서 탈락했다.
LH는 2023년 4월부터 설계 공모 금액에 따라 공고 당시와 심사 일주일 전으로 나눠 심사위원을 공개해오고 있다.
하지만 심사위원 공개 자체가 범행에 악용될 수 있어 이를 비공개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남경찰청 형사기동대 관계자는 “청탁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설계권을 부여받는 건설 현장의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고, 관련 부정부패 범죄를 근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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