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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에 한번 회식하는 日 회사…지원자 줄섰다는데[송주희의 일본톡]

<9>인력난 속 中企의 취준생 사로잡기

직업훈련 학교 운영으로 성장 욕구 충족

1년차엔 기술 교육·2년차엔 국가자격증

동료 회식·여행 증빙시 상금지급 회사도

구인 배율 9:1 현실 → 차별화 전략 필수

입사후 성장성·관계 투자가 핵심 경쟁력


송주희의 일본톡에서는 외신 속 일본의 이모저모, 국제 이슈의 요모조모를 짚어봅니다. 닮은듯 다른, 그래서 더 궁금한 이웃나라 이야기 시작합니다.



대기업도 인재 확보에 비상이 걸린 요즘, 취업 준비생들이 앞다퉈 이력서를 넣는 중소기업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AI이미지




“채용 공고를 내도 지원자가 없어요.”
일본이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리는 가운데 중소기업 사장들의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대기업도 인재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작은 기업들은 사람 뽑기가 정말 어려워졌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 와중에 취업 준비생들이 앞다퉈 이력서를 넣는 곳들도 있습니다. 경쟁률은 10대 1이 넘고, 인턴 참가자는 수백명에 달합니다. 이 회사들이 취준생의 마음을 사로잡고 ‘줄 서는 기업’으로 거듭난 비결은 무엇일까요. 일본 중소기업들의 반전 스토리, 지금부터 들여다보겠습니다.


“월급 받고 자격증도? 사내 훈련학교의 마법”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오사카부 히가시 오사카시에 위치한 의류 제조업체 ‘이와사키’는 사내에 오사카부 지사가 인정한 직업훈련학교를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신입사원은 입사 후 1년 동안 업무와 함께 이 훈련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데요. 수강 시간은 모두 근무시간으로 인정됩니다. 월 2만 엔의 학비도 4년 후 전액 환급됩니다. 일하면서 동시에 자기 기술을 키우는 셈이죠. 1년차에는 연간 근무시간의 약 3분의 2인 1400시간을 수업과 실습으로 보냅니다. 직원 전원이 2년차에 국가공인 2급 양재기능사 자격시험을 보고, 약 10명이 1급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니, 이쯤 되면 직장이 아니라 스펙 사관학교네요. 뛰어난 기술력이 유명해 고급 브랜드로부터 의뢰가 끊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월급을 받으면서 재봉 기초도 익히고 고급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주목받아 2025년 봄 신입 채용에는 7명을 뽑는데 20명 이상이 몰렸습니다.
후쿠오카현의 전문대를 졸업하고 올봄 입사한 한 직원은 “제대로 된 훈련을 받으면서 기술을 키울 수 있을 것 같아 입사했다”고 말합니다. 이와사키의 회장은 “성장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라며 봉제회사가 직업훈련학교를 운영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 채용에는 어려움이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일본의 한 골프장 운영 지원업체는 회사 동료 간의 유대감을 키우기 위해 고기 파티나 사원 여행, 상사와의 일대일 대화 등 프로그램을 장려하고, 동료끼리 여행이나 회식 등의 증명 사진과 영수증을 제출하면 횟수에 따라 상금을 지급한다./AI이미지


사내 교류회 年 110회…회식 증빙하면 상금도 준다


직원들 간의 교류가 활발한 일터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효고현에 있는 골프장 운영 지원업체 ‘다이렉트’는 올해 신입 3명 채용에 46명이 지원했습니다. 취업정보 사이트를 통해 합동 설명회나 인턴에 참가하기 위해 지원한 학생은 500명이 넘었다고 하니, 이 회사의 인기가 얼마나 높은지 짐작이 가네요. 인기 비결은 직원들이 서로 쉽게 어울릴 수 있는 직장 환경에 있습니다. 이 회사 사장은 “일에서 고민을 안고 있을 때 등 위기의 순간에 상담 상대가 되려면 서로를 알아두는 것이 필수”라는 생각에서 약 40명의 직원이 참여하는 사내 행사를 적극적으로 열고 있습니다.

행사는 고기 파티나 사원 여행, 상사와의 일대일 회식 등 다양한데요. 지난해에는 이런 행사가 110회나 열렸다고 합니다. 직원들끼리의 사적 교류에는 별도로 ‘상금’도 지급합니다. 동반 여행이나 식사 등의 사진을 찍어 영수증을 첨부해 보고하면 교류 50회에 2만 엔, 100회에 3만 엔을 준다고 합니다. 연간 최다 교류 직원에게는 양복 맞춤 쿠폰을 선물하기도 합니다. 사내 인맥 관리가 연봉까지 올려주는 셈이네요. 물론, 사흘에 한번 꼴로 사내 교류 행사를 진행하는 것을 두고 일과 일상의 명확한 분리를 선호하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찬반이 갈릴 수도 있겠습니다.

올해 대졸 신입으로 입사한 한 직원은 “특별히 어떤 일을 하고 싶다는 희망은 없었지만, 오래 일하기 위해서는 인간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일하기 좋은 분위기를 느껴 입사를 결정했다”고 말합니다. 참고로 다이렉트에서 입사 4년 이내 이직자는 단 한 명도 없다고 합니다.

리쿠르트웍스연구소




지원자 1명에 9개 일자리 ‘구애’…中企의 현실


일본 중소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심각한 구인난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리크루트웍스연구소의 추정에 따르면, 2026년 봄 졸업 예정인 대학생·대학원생의 구인배율은 1.66배입니다. 구인배율은 쉽게 말하면 취업 희망자 1명당 몇 개의 구인이 존재하는지를 의미하는데요. 구인배율 1.66배는 취준생 1명당 1.6건이 넘는 기업의 구인이 있다는 이야기 입니다. 전체 통계가 아닌 중소기업을 놓고 보면 상황은 심각합니다. 종업원 수가 300명 미만인 기업의 경우 구인배율이 8.98배나 됩니다. 직원 9명을 뽑으려는데 지원자는 1명인 상황이죠. 반면, 5000명 이상 기업은 구인배율이 0.34배로 중소기업과 격차가 여전히 큽니다.

결국 채용 시장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중소기업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회사의 매력’을 만들고 있는 것인데요. 단순히 급여를 올리는 접근이 아니라, 성장 기회 제공, 인간관계 활성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인재를 유치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물론 모든 회사가 직업훈련학교를 만들거나 연간 110회 회식·사내 행사를 열 수는 없겠죠. 하지만 핵심은 ‘직원 개개인의 발전’과 ‘인간적인 관계’에 진심으로 투자하겠다는 회사의 의지 아닐까요.

사회적 혼란 경험 세대…일터 중요 가치도 바뀌어


최근 일본의 취업준비생들은 회사를 선택할 때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곳인가’, ‘스트레스를 덜 받는 인간관계가 가능한 곳인가’ 등의 기준을 중요하게 생각한다./AI이미지


요즘 신입사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경험한 세대입니다. 취업처를 선택할 때 ‘자신이 그리는 이상적인 미래’에 가까워지는 환경인지, 스트레스를 덜 느끼는 인간관계가 있는지를 더욱 중요시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합니다. 성장 욕구를 자극하는 직업훈련학교 설립이나, 직원들이 서로를 이해하도록 회사 경비를 투자하는 접근법도 이런 변화를 고려한 것이겠죠.

여러분의 직장은 어떤가요? ‘일하면서 많이 배운다', ‘사람 때문에 회사 다닌다’는 말, 얼마나 공감하며 체험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저는 다음 일본톡에서는 또 다른 흥미진진한 이웃나라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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