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해라”, “집 정리해라” 같은 명령은 겉보기에는 명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구체적인 내용이 정의돼 있지 않다. 로봇이 이러한 함축적인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것을 채워 넣는 지능, 곧 창의성이 필요하다. 2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2025’의 연사로 나선 오혜진 카네기멜런대학교 교수는 “로봇이 추상적 목표를 계획하기 위해서는 창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부탁할 때 단지 단어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말의 톤이나 감정, 예시 등을 통해 의도를 전달한다. 오 교수는 이러한 복합적 표현을 로봇이 창의성을 통해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로봇이 사람처럼 함축적인 명령을 이해하고 수행하려면 기존의 고정된 태스크 기반 알고리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그림을 그리는 AI 기반 로봇인 ‘프리다(FRIDA)’를 사례로 들었다. 사용자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은지를 언어나 동작, 예시 등을 통해 표현하면 이를 바탕으로 함께 그림을 완성한다. 오 교수는 “우리는 종종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바람을 그림이나 몸짓, 예시로 표현한다”며 “이러한 복합적인 표현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이 로봇에게 요구되는 창의적 능력”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로봇의 창의성은 단지 예술적 응용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 교수는 “로봇 태스크가 과거에는 명확하게 정해졌지만, 이제는 디테일이 없는 명령을 해석하고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로봇이 지금 보고 있는 것, 감지한 정보만으로는 복잡한 환경을 충분히 이해할 수 없다”며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공간지각력처럼 보이지 않는 정보를 예측하고 추론하는 능력, 즉 상상력과 창의력이 로봇에도 요구된다”고 강했다. 과거 로보틱스의 중심 패러다임이 ‘센스-플랜-액트’였다면, 이제는 여기에 ‘어슘(assume)’, ‘이매진(imagine)’, ‘프리딕트(predict)’ 같은 인지 확장 능력이 포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오 교수는 프리다 프로젝트를 실제 재활병원에서 적용한 사례도 소개했다. 로봇과 환자가 함께 그림을 그려 전시하는 프로그램으로 인간-로봇 상호작용이 단순 작업을 넘어서 정서적·감각적 협업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이러한 상호작용은 단순 명령 처리 수준을 넘어서야 가능하다”며 “로봇이 창의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기술적 진보뿐만 아니라 인간과의 진정한 협업을 위한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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