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아트와 가상현실(VR), 대체불가토큰(NFT) 등 최첨단기술이 우리 문화유산에 새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 신윤복의 ‘미인도’처럼 누구에게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우리 문화유산이 시공간과 언어·문화적 제약을 뛰어넘어 전 세계인과 만날 수 있도록 기술이 날개를 달아주면서다.
전인건 간송미술관 관장은 2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픽셀 앤 페인트’에서 “K팝 등 대중문화를 통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문화 지평을 ‘K헤리티지’로 펼쳐나가는 것이 21세기를 위한 간송의 지향점”이라며 “간송미술관은 빼어나고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외국인이나 Z세대·알파세대에 어떻게 알릴 수 있을지 많은 실험을 해왔다”고 밝혔다.
미인도로 유명한 신윤복의 ‘혜원전신첩’을 NFT로 제작한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전 관장은 “굉장히 정교하게 그려져 하나하나 작은 드라마를 담고 있는 30점의 그림을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누구나 감상하고 원하는 사람은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간송미술관은 2021년 세계 주요 문화재 중 최초로 훈민정음 해례본에 NFT 기술을 적용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특히 간송미술관이 지난해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선보인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회 ‘구름이 걷히니 달이 비치고 바람 부니 별이 빛난다’는 세계인에게 K헤리티지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 전 관장은 “고미술품은 보존을 최우선으로 하는 문화유산이라 전시 환경과 기간에 많은 제약이 있지만 디지털화를 통해 시공간을 뛰어넘고 많은 호평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이와 관련해 송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산업정책연구센터장은 “간송미술관처럼 국가유산을 디지털자산화하면 게임이나 드라마 등 K콘텐츠 산업과 연결해 파급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자산의 유지·보수가 잘 안 되고 기술표준이 달라지면 확산이 안 되는 한계도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순호 국가유산진흥원 문화유산사업실장은 오사카 엑스포에서 전시 중인 거대 미디어아트를 소개하며 “현장을 보면 우리 국가유산과 전통문화가 이렇게 소중하고 자랑스럽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 이어 “국가유산이 가진 가치의 본질을 잘 녹여내는 방향으로 다양한 기술이 접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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