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에게 약물을 몰래 먹여 실신하게 한 뒤 휴대전화 은행 앱을 통해 1500만 원을 무단 이체한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26일 광주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박재성)에 따르면 강도·상해·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정보 통신망 침해 등) 혐의로 기소된 A(53)씨에게 징역 4년 등이 선고됐다.
A씨는 지난 3월15일 연인 관계였던 40대 B씨에게 향정신성 의약품인 '졸피뎀'을 초콜릿과 함께 먹여 실신하게 하는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피해자가 알아차릴 수 없도록 스킨십을 하면서 자신이 평소 처방받아 투약하고 있는 수면제 성분의 향정신성의약품을 초콜릿 1알과 함께 먹게 만들었다. 이어 잠든 B씨의 지문을 이용해 휴대전화 잠금을 해제하고 5차례에 걸쳐 B씨의 계좌에서 1500만 원을 무단 이체했다.
A씨는 또한 연인 B씨가 다른 남성과 대화를 나눈 내용도 몰래 들여다본 혐의도 받는다. A씨는 B씨가 다른 남성과 대화를 나누는 음성을 우연히 듣고 난 뒤 내연 관계를 의심하다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르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결과 A씨는 연인 B씨가 다른 남성과 대화하는 내용을 무단으로 열람한 뒤 격분해 B씨의 계좌에서 현금을 빼내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연인 관계에 있는 여성의 휴대전화를 확인하고자 향정신성 의약품을 먹여 실신시키고, 손가락 지문을 이용해 휴대전화를 몰래 열람한 것은 정상적인 사고방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중대한 범죄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어 "실신 상태를 이용해 B씨의 은행 계좌에서 1500만 원을 빼돌려 그 돈을 곧바로 자신의 가족 또는 지인 계좌로 이체해 은닉하기까지 했다"면서 "범행은 사전에 철저히 계획했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연인 B씨에게서 빼내어간 1500만 원은 전액 돌려준 상태다. 그러나 B씨의 정신적 충격에 대해 회복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은 점, 피해자에게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이 정해졌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약물 투약으로 상당한 시간 동안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고 현재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 피고인이 사기 등으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전과가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며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 판결에 검찰과 A 씨는 각각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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