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이달 28일 수련병원별로 진행중인 전공의 추가모집에 응하는 인턴에게 수련기간을 3개월 단축해주기로 결정했다. 특혜성 사안이었던 만큼 의료계 내부에서도 형평성 문제는 물론 수련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복지부 관계자는 “진짜로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하지만 전공의 복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논란의 여지가 있더라도 어느 정도 요구를 들어주는 게 더 공적이익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복귀 의사를 밝힌 사직 전공의 지원자는 미미한 상황이다. 일부 병원은 130명 모집에 고작 2명 지원에 그쳤을 정도다.
29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복지부가 사직 전공의 복귀를 독려하기 위해 기존에 고수했던 원칙을 무너뜨리면서까지 문을 열고 있지만 정작 전공의 복귀 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혜 논란’에도 불구하고 의료현장 정상화를 위해 복지부가 몇 걸음을 양보했지만 결국 속수무책인 셈이다. 이에 따라 원칙없는 정부 방침이 되레 ‘의사불패’ 신화만 재확인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사직 전공의. 휴학 의대생이 돌아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수많은 대책과 특례들을 준비했지만 어느 것 하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안팎의 압력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입장을 거듭해서 바꿨지만 정작 실익도 못 얻으면서 되레 기본 원칙을 저버렸다는 비판만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대부분의 병원이 전공의 모집을 마감한 이날 의료계에 따르면 사직 전공의 대상으로 진행한 특례 추가모집 실적은 저조하다. 서울 시내 ‘빅5’ 대형병원의 한 관계자는 “지원자가 30명 안팎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레지던트 접수를 마감한 가톨릭중앙의료원의 경우 지원자가 20명대로 알려졌다. 주요 수련병원들이 마감시한을 연장해 가며 전공의들의 복귀를 독려했지만 큰 효과는 없는 상황이다.
애초 5월에 전공의 추가모집을 실시한 것 자체가 매년 상·하반기 한 차례씩 하는 전공의 모집의 원칙을 깬 무리수였다. 당초 복지부는 원칙을 강조하며 추가모집에 선을 그어왔다. 하지만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의대생과 전공의들에게 유화적 입장을 낼 것을 복지부에 요청하면서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지원자가 적다 보니 이번에는 인턴 수련기간 3개월 단축 카드까지 꺼냈다. 무리수가 안 먹히니 또 다른 무리수를 끌고 온 꼴이다. 이미 작년 하반기 전공의 모집 당시 수련특례를 적용했지만 효과가 없었고, 올 상반기 모집 때는 입영연기까지 내걸고도 저조한 복귀율을 경험했다. 과연 정부에게 학습효과가 있었는지 되물을 수밖에 없다.
앞서 이 권한대행 주도 하에 내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되돌린 것도 마찬가지다. 이대로 가면 24·25·26학번이 나란히 1학년 수업을 듣는 ‘트리플링’이 우려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의대생은 ‘등록 후 수업거부’로 대응했고 학교는 여전히 휑하다. 현재 전공의 추가모집을 결정하기까지 갈팡질팡한 과정, 그리고 그 결과까지 판박이다.
벌써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차기 정부와 지금보다 더 유리한 조건에서 협상하면서 의료현장에 복귀하기 위한 더 좋은 결과물을 끌어낼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가 돈다고 전해진다. 다음주면 출범할 새 정부도 현 정부의 모습을 거울삼아 원칙 없이 현실만 보고 결단하는 게 과연 실익이 있을지 냉철하게 따져봐야 한다. 정부가 더 내줄 것이 남아있기는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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