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000670)·MBK 연합이 고려아연(010130)을 상대로 정기 주주총회 결의 취소 소송을 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영권 분쟁에 추가 법정 다툼이 시작된 것이다.
30일 영풍과 한국기업투자홀딩스, 유한회사 와이피씨(YPC)는 이달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올 3월28일 열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뤄진 결의를 취소해 달라는 소장을 제출했다고 공시했다. 영풍·MBK 측은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상법상 상호주 제도를 악용해 영풍의 의결권을 부당하게 제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총 결의 취소 소송은 상법 제376조 제1항에 주총 결의일로부터 2개월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 이 기간을 넘기면 해당 결의가 유효하다고 확정돼, 소송으로 다툴 수 없게 된다. 영풍·MBK 측은 마감 기한 하루를 앞두고 소장을 제출한 것이다.
소장에 따르면 영풍·MBK 측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고려아연의 100% 출자회사인 호주 법인 썬메탈홀딩스(SMH·Sun Metals Holdings Ltd)와 썬메탈코퍼레이션(SMC·Sun Metals Corporation Pty Ltd)를 동원했다고 지적했다. 이들 회사가 영풍 주식 10% 이상을 보유하게 한 뒤 상법 제369조 3항의 ‘상호보유주식 의결권 제한’ 규정을 적용해 영풍의 의결권 행사를 막았다는 것이다. 영풍·MBK 측은 이러한 조치가 “회사의 지배구조 왜곡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의 취지와 다르게 의결권 행사를 봉쇄하려는 허상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영풍·MBK 측은 최윤범 회장 측이 회사 자금 약 575억 원으로 영풍 주식을 매입하게 한 것은 업무상 배임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또한 “영풍-고려아연-SMH-SMC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상호출자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풍·MBK와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은 지난해부터 이어져 왔다. 영풍·MBK는 지난해 10월28일 신규 이사 14인 선임 등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했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이틀 뒤 약 2조 5000억 원 규모의 보통주 373만 2650주(증자전 발행주식 총수 대비 약 18%)를 발행하는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의하며 경영권 방어를 시도했으나, 시장의 거센 반발과 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의 제동으로 철회됐다.
이후 고려아연은 지난해 12월23일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을 시도했으나, 영풍이 제기한 의안상정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법원이 위법한 집중투표 실시를 금지시켰다. 하지만 고려아연은 임시 주주총회 하루 전인 올해 1월22일 SMC를 통해 영풍 주식 19만 226주(발행주식 총수의 10.33%)를 취득했다고 기습 공시하며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했다. 영풍·MBK는 이에 대응해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올해 3월23일 고려아연의 영풍 의결권 제한 효력을 정지시켰다. 이때까지만 해도 정기 주총에서 영풍이 의결권을 행사하며 상당수 이사를 이사회에 진입시킬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영풍·MBK는 고려아연의 또 다른 상호주 출자 제한 조치를 막기 위한 조치도 취했다. 영풍·MBK는 3월7일 상호주 제도 악용 시도를 막기 위해 보유 고려아연 주식 전부를 현물 출자해 유한회사 와이피씨(YPC)를 설립한 것이다. 고려아연 측은 같은달 12일 SMH가 SMC로부터 영풍 지분 10.3%를 현물 배당받았다고 공시하며 새로운 순환출자 관계를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3월28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 당일 오전, 약속된 위임장 심사 업무를 고의로 3시간이나 지연시키기도 했다. 그러던 중 오전 9시 50분 SMH가 장외에서 영풍 주식 1350주를 추가 매입하여 지분 10.03%를 소유하게 되었다고 공시한 직후 주주들의 입장을 허용하며 영풍의 의결권을 다시 한번 제한했다. 영풍·MBK 측은 이러한 행태를 “반법치주의적 행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영풍·MBK 측은 소장을 통해 “상법상 의결권 제한 규정은 엄격하게 해석돼야 하며, 특히 이사 선임과 같은 중요한 안건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호주 회사법상 퍼블릭 엘티디(Public Ltd)는 정관을 통해 주식 양도 및 주주 수 제한이 광범위하게 가능해 한국 상법상 주식회사와 본질적인 차이가 있음에도 고려아연이 외국회사인 SMH에 상법 규정을 위법하게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영풍·MBK는 “고려아연의 행위는 최윤범 회장 일가의 사익을 위한 것으로, 범죄 및 위법 행위에 기초한 의결권 제한 시도이므로 주주총회 결의는 취소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소송은 영풍과 고려아연 간 경영권 분쟁의 핵심 쟁점인 상호주 의결권 제한의 적법성 여부를 가리는 중요한 법적 다툼이 될 전망이다. 영풍·MBK 측은 “주주들의 총의에 기반한 지배구조가 형성될 수 있도록 사법부의 엄정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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