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이 연일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서 그간 1강 체제였던 국내 금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경쟁 구도도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자산운용사 3곳에서 다음 달 일제히 신규 상품을 출시하면서 투자자들의 선택의 폭도 넓어지게 됐다.
3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런던 금시장(LBMA)의 시세를 추종하는 ‘KODEX 금액티브’를, 신한자산운용은 국제 금 현물 가격을 따르는 북미 상장 ETF를 편입하는 상품을 다음 달 중순께 내놓는다. 이 두 상품은 해외 금 시세에 직접 연동되는 재간접형 상품으로 국내 금 시세가 글로벌 가격 대비 높게 형성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에서 자유롭다는 강점이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한국거래소(KRX)가 산출하는 금 현물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이르면 다음 달 말 상장할 계획이다. 이 상품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KRX 금현물’과 유사한 구조이지만 업계 최저 수준의 총보수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다는 전략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 금 현물 ETF 시장은 사실상 ‘ACE KRX 금현물’의 독주 체제로 평가 받는다. 올해 3월 신한운용이 금 투자와 배당을 동시에 할 수 있는 ‘SOL 골드커버드콜액티브 ETF’를 내놓기 전까지 유일한 금 현물 ETF 투자처였다. ‘ACE KRX 금현물’은 2021년 출시 이후 3년 만에 순자산총액(AUM) 1조 원을 돌파하며 한투운용의 급격한 성장세를 이끌어 온 효자 상품 중 하나로 꼽힌다. 1년 수익률도 이날 기준 39.28%로 투자자들의 자금이 급격히 쏠리면서 2월에는 12거래일 연속 괴리율이 초과 발생하기도 했다. 국제 금값 대비 고평가된 가격에 해당 상품을 거래했단 의미다.
자산운용사들이 앞다퉈 금 현물 ETF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배경으로는 금리 인하 기대와 도널드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으로 인한 금 가격 상승과 함께 빠르게 늘어난 투자 수요가 자리한다. 골드만삭스·JP모건 등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내년 금 가격이 40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무차별적인 리스크 환경에서 금보다 매력적인 자산을 찾기 어렵다”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로 실질 금리가 하락하면 매력도가 더 올라간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더해 선물 상품에 드는 롤오버(월물 교체) 비용이 없다는 점도 금 현물 상품의 투자 매력도를 올린다는 설명이다.
금 현물 ETF는 퇴직연금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에서 70% 한도로 투자할 수 있어 장기 투자 수단으로도 주목 받고 있다. 특히 인플레이션 헤지와 자산 포트폴리오 분산 수단으로 금을 고려하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자금 유입이 본격화될 경우 금 현물 ETF 시장 성장세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신상품 출시로 주요 운용사 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며 “국내외 금 가격 간 괴리, 환 노출 여부, 투자 비용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