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아랍에미리트(UAE)에 첨단 생산 시설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TSMC가 최근 몇 달 동안 미국 중동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와 UAE 투자기관인 MGX 관계자들과 여러 차례 회동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할 경우 TSMC는 UAE에 월 10만장 이상의 대규모 거점인 기가팹(gigafab)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건설 중인 6개의 공장 단지와 유사한 형태가 될 전망이다. TSMC는 애리조나 피닉스 프로젝트에 연구 및 패키징 시설까지 포함해서 총 1650억달러(약 228조 327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TSMC는 최근 몇 년간 공급망 및 지정학적 리스크 분산 목적으로 일본, 독일, 미국 등의 해외에 생산 공장을 설립해왔다. TSMC가 UAE에 공장을 설립할 경우 회사의 해외 확장 전략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UAE는 첨단 반도체 공장을 운용할 수 있는 인력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토지, 에너지와 자금력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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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프로젝트의 추진 여부는 전적으로 미국 정부의 승인 여부에 달려 있다. TSMC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부터 애리조나 공장 프로젝트와 관련해서 미국 정부와 협력해왔고 이를 위해 66억달러의 연방정부 지원금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고위 관계자들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인 TSMC가 중동 지역 내 생산기지를 확장하면 미국 국가안보와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가 이미 생산된 반도체에 대해서는 수출 허가 절차나 데이터센터에 대한 감독을 통해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지만 UAE에 TSMC의 공장이 세워지면 해당 국가가 자체적으로 반도체를 생산하고 기술 역량을 축적하게 돼서 결국에는 중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UAE 측은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미국과의 인공지능(AI) 협력 확대를 위한 양자 협상의 일환으로 TSMC 유치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UAE 당국자들은 TSMC의 공장뿐만 아니라 엔비디아의 AI 데이터센터용 칩에 대한 접근권 확대도 모색해왔고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인사들도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최근 트럼프의 중동 순방 중 엔비디아는 UAE의 세계 최대 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에 참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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