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한 이후, 중국 학부모들 사이에서 미국 유학 선호도가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미국 정부가 중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비자를 취소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국 부유층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미국 대신 다른 선택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영국 등 유럽이나 캐나다, 아시아권으로 눈을 돌리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앞서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28일 성명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공산당과 관련이 있거나 핵심 분야에서 연구하는 이들을 포함해 중국 학생들의 비자를 적극적으로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앞으로 국무부가 중국과 홍콩에서 들어오는 모든 비자 신청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기 위해 비자 기준도 개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전 세계 학생 비자 인터뷰를 갑작스럽게 중단하고, 소셜미디어 게시물 심사를 포함한 더 엄격한 심사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단지 개별 학생들을 확인하고 싶을 뿐”이라며 “잘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혼란은 여전하다. 루비오 장관이 말한 비자 취소 기준과 ‘핵심 분야’의 정의, 중국 공산당과의 연계 판단 기준 등 구체적인 내용 및 명확한 설명이 뒤따르지 않고 있는 탓이다.
이 같은 정책 변화는 중국 학부모들의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하이의 한 국제학교 11학년에 재학 중인 아들을 둔 황추핑씨는 “아들이 노스웨스턴대 저널리즘 전공을 꿈꿔왔지만, 최근 가족의 의지가 흔들리고 있다”며 “미국 유학 비용이 연간 10만달러(약 1억3700만원)에 달하는데, 이게 좋은 투자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상하이에 사는 또 다른 학부모인 마이크 유씨는 “딸이 원래 미국에서 학위를 딸 예정이었는데, 일본에서 공부하는 것으로 바꿨다”고 전했다. 일본어를 배우는 데 1년이 더 걸리지만, 지금 미국에 가는 것은 위험이 너무 크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일본이 비용 부담이 적고, 중국과 가까우며 졸업 후 취업 전망도 더 좋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에는 약 27만7000명의 중국 유학생이 있으며, 이는 전체 외국인 유학생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특히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대학원생의 16%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해외 유학 전문업체의 매니저인 벤 왕씨는 “많은 학부모가 미국 대신 영연방 국가로 방향을 틀고 있다”며 “최근 몇 년 사이 상하이에 새로 생긴 국제학교 대부분이 영국식 교육체제에 맞춘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미국의 이 같은 조치에 지난달 30일 “정치적 동기에 의한 차별적 행위”라며 공식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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