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중국 인공지능(AI) 경쟁력의 핵심으로 주목한 것은 △데이터 △전력 공급 △반도체를 비롯한 컴퓨팅 △인재 등 4대 분야다. 2017년부터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 중장기 전략을 짜고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한 결과 4대 분야에서 독보적인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2일 모건스탠리 보고서 ‘중국의 AI:잠에서 깨어난 거인’에 따르면 가장 먼저 언급된 ‘데이터’는 ‘AI의 원유’로 통할 정도로 중요하다. 중국은 14억 명의 인구와 11억 명이 이용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AI 모델 학습에 필수적인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안정적인 데이터센터(IDC) 운용에 필수적인 전력 공급 측면에서 중국은 전 세계가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며 대응하고 있다. 인재 측면에서도 막대한 ‘차이나 머니’를 앞세워 핵심 두뇌 유치에 성과를 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최고의 AI 연구자 중 47%가 중국인이거나 중국에 거주한다. 중국은 AI 특허에서도 전체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유일하게 자립화의 속도가 더딘 분야가 반도체를 비롯한 하드웨어 컴퓨팅인데 이 또한 하루가 다르게 약점을 개선해나가는 모습이다. 미국의 대중 제재로 확보가 어려운 최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의 경우 중국 개발자들은 구형 GPU와 자국산 GPU를 혼합 활용하면서 연산 자원 확보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중국의 AI용 GPU 자급률이 2024년 34%에 불과하지만 2027년에는 82%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2030년까지 AI 분야에서 ‘완전한 자율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의 수출규제 등 서방의 견제로 최첨단기술 활용이 어려워진 상황은 오히려 중국 기업들을 더 효율적이고 저비용의 구조로 유도하고 있다. 보고서는 챗GPT에 필적할 역량의 모델 개발에 고작 560만 달러를 들인 중국의 생성형 AI 기업 딥시크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미국이 ‘기술 패권’에 집중하는 반면 중국은 ‘실리 추구’로 명확한 대척점에 선 것도 뚜렷한 차별점이다. 중국은 자국 AI 기술을 대외에 적극 공개하면서 생태계 확장에 집중한다. AI를 전 산업에 적극 응용하면서 수익화 노력에도 힘을 쏟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중국은 가장 강력한 AI 역량 구축보다 AI를 시장에 먼저 선보이는 데 더 집중하고 있다”며 “미국이 폐쇄적이고 엄격하게 통제되는 AI 시스템으로 향하는 반면 중국은 오픈소스 AI를 수용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이 가장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휴머노이드 시장에서 중국은 2050년에 전 세계 점유율의 30%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모건스탠리는 이 시장이 2050년에 5조 달러(약 680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중국 정부의 전략은 AI 분야별 핵심 기업들이 전 세계에서 앞장서 실행하고 있다. 보고서는 인프라·플랫폼·앱 등 3대 핵심 분야에서 중심이 되는 중국 기업 60개를 추렸다. 인프라 부문에서 SMIC(반도체), GDS(데이터센터), 웨이차이파워(전력) 등을 꼽았다. 플랫폼 부문에서는 텐센트·알리바바·바이두 등이, 애플리케이션 부문에서는 트립닷컴·넷이즈(이상 소프트웨어), 호라이즌로보틱스·BYD컴퍼니(이상 자율주행·모빌리티), 샤오미(전자제품), 에코백스(소비재) 등이 언급됐다. 향후 중국 AI 산업의 발전 방향과 성장세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이들 기업의 전략과 성과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AI가 중국의 중장기 성장 취약점인 고령화, 생산성 약화 등을 극복하는 데도 활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중국이 AI 혁신을 통해 연간 0.2~0.3%포인트 수준의 국내총생산(GDP) 추가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2024년 중국의 임금수준을 기준으로 AI가 약 6조 7000억 위안(약 1200조 원)의 노동 가치와 동등한 경제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모건스탠리의 이 같은 분석에 대해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중국이 AI를 육성하는 과정에서 인프라·전력·반도체 등 핵심 분야별로 자체적인 생태계를 만들었다는 것이 특히 큰 의미가 있다”면서 “한국은 어떤 부문을 특화해서 따라가야 할지에 집중하는 한편 정치적 이슈를 떠나 실리를 위해 어떤 나라와도 협력할 수 있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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