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통화를 계기로 미중 무역 회담이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갈등을 해소하는 수준의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직전 제네바 회담에서는 파국을 막아야 한다는 양측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합의가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희토류나 인공지능(AI) 기술 수출제한 등 각자의 양보가 필요한 복잡한 의제가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8일(이하 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단은 9일 영국 런던에서 두 번째 협상을 갖는다. 중국 측은 허리펑 부총리와 리청강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 랴오민 재정부 부부장이 협상에 나선다. 미국 측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함께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합류하면서 3대3 구조가 됐다. 미국 측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제한을 핵심 의제로 들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중국 측은 회담을 앞두고 일단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수요와 우려를 고려해 희토류 관련 품목 수출 허가 신청을 심사했으며 일부 신청은 승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희토류 공급 완전 보장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미국 협상단은 희토류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장기 협정을 추진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반면 중국 측은 조건부 수출 의사를 고수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희토류 관련 품목은 군용으로 쓸 수 있고, 이에 수출통제를 실시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방식”이라며 “법규에 맞는 신청 승인 업무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최근 미국 자동차 업체에 대한 중국의 희토류 수출 허가는 6개월짜리 한시적 허가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행동포럼의 더글러스 홀츠 에이킨 회장은 “시 주석은 희토류를 포기하지 않고 활용하고 있다”면서 “(이 문제에 있어) 두 나라는 정말 멀리 떨어져 있다”며 협상 난항을 전망했다. 중국은 미국의 중국 유학생 비자 취소, AI 칩 수출통제 등의 철회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원자력발전 설비의 중국 수출 허가를 중단했다고 전날 보도하면서 양측 간 갈등이 쉽사리 풀리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했다. 중국 측은 회담에 앞서 대만 문제는 건드리지 말라며 선을 긋기도 했다. 중국 인민일보는 전날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극단적 분리주의 세력들이 대립이나 충돌로 끌고 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미국에 전하는 엄중한 메시지”라고 했다. 관세율 추가 인하와 관련해서는 러트닉 장관의 합류가 변수로 꼽힌다. 베이징 국제경영대의 존 공 교수는 “러트닉 장관은 연방 적자를 줄이기 위해 관세를 지지하는 인물”이라며 “(그의 참여는) 중국에 좋은 소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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