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003550)그룹 회장이 인도네시아를 찾아 배터리 사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며 성장 잠재력이 큰 ‘글로벌 사우스’ 시장 공략에 나섰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로 인한 공급망 혼란 속에서도 미래 사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9일 LG에 따르면 구 회장은 이달 초 인도네시아 카라왕 신산업단지의 ‘HLI그린파워’를 찾아 전기차 배터리셀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돌파를 위한 연대와 협력을 강조했다.
HLI그린파워는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현대차(005380)그룹이 합작해 설립한 인도네시아 첫 배터리셀 공장이다. 총 32만 ㎡ 부지에 전극·조립·활성화 공정 등을 갖췄으며 전기차 15만 대 분량의 연간 1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셀을 생산할 수 있다. 지난해 4월 본격적으로 배터리셀 양산을 시작했는데 넉 달 만에 수율 96% 이상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구 회장은 “LG만의 차별화된 배터리 경쟁력을 확보해나갈 수 있도록 집중해달라”고 주문한 뒤 배터리셀에 ‘미래 모빌리티의 심장이 되기를 기원합니다’라고 적었다.
구 회장은 올 3월 주주총회에서 배터리 산업을 미래 국가 핵심 산업이자 그룹의 주력 사업으로 반드시 성장시킬 것이라며 배터리 사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LG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중국 업체와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욱 철저하게 포스트 캐즘을 준비하겠다는 구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 회장은 LG전자(066570) 치비퉁 생산 및 연구개발(R&D) 법인과 현지 가전 유통 매장도 점검했다. LG전자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서부에 위치한 치비퉁에서 TV·모니터·사이니지 등을, 자카르타 북서쪽 탕그랑에서는 냉장고·에어컨 등을 생산한다. 2023년에는 치비퉁 공장 인근에 R&D법인을 신설해 동남아 시장 공략을 위한 전초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TV 무인화 생산라인을 둘러본 구 회장은 “현재 격화되고 있는 경쟁 상황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5년 뒤에는 어떤 준비를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 어떤 선택과 집중을 해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전략 마련에 힘써달라”고 말했다.
구 회장이 찾은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 8000만 명으로 동남아시아 1위, 세계 4위이며 동남아 최대 잠재 시장이다. 또한 배터리 핵심 광물인 니켈 매장량·채굴량이 세계 1위로 동남아 전기차의 전략 거점으로 손꼽힌다. LG는 1990년 LG전자가 인도네시아에 첫 발을 내디딘 후 LG이노텍, LG CNS, LG에너지솔루션 등이 진출해 현재 총 10개의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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