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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리스 기기로 조리…'꿈의 소재' 그래핀, 주방부터 바꾼다

[그래핀스퀘어 연구소 가보니]

배터리 충전 통해 코드없이 작동

구리보다 열전도율 13배나 높아

멀티쿠커로 지은 쌀밥 식감 쫀쫀

기기 전력 소비도 최대 30% 낮춰

발견 20년만에 상용화…연말 출시

홍병희 그래핀스퀘어 대표가 이르면 올해 말 출시를 앞둔 ‘그래핀 멀티쿠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9일 찾은 경기도 수원 소재 그래핀스퀘어 연구소. 실내로 들어서자 고소한 밥 짓는 냄새가 풍겼다. 이 회사가 개발한 노트북만 한 크기의 조리 기기 ‘그래핀 멀티쿠커’ 성능 테스트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투명한 기기 안에서 맛있게 익은 쌀밥은 압력밥솥으로 갓 지은 쌀밥보다 윤기가 났다. 실제로 밥에서는 처음 느껴보는 쫀쫀한 식감이 입안을 감돌았고 밥과 함께 구워진 떡갈비 또한 육즙이 살아 있었다. 그래핀 멀티쿠커는 이르면 올해 말 시중에 출시된다.



불 없이도 음식 맛을 한 차원 높여주는 혁신적 신형 가전의 기술적 비결은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의 높은 열전도율에 있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들이 벌집 모양으로 연결된 얇은 막 형태의 첨단 나노 소재로 구리보다 13배나 더 열을 잘 전달한다. 두께는 0.34㎚(나노미터·10억분의 1m)로 물리적·화학적 안정성이 높아 열이 균일하게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상온에서 구리보다 100배나 많은 전류를 흘러가게 할 수 있고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빠르게 전류를 흘릴 수 있다.

홍병희 그래핀스퀘어 대표는 “그래핀 발열체를 통해 쌀을 익히면 끓는 점이 압력밥솥보다 낮아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고 항산화 물질이 그대로 남아 있어 건강에 더욱 유익하다”며 “그래핀 멀티 쿠커가 프리미엄 주방 가전 시장에서 획기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12년 설립된 그래핀스퀘어는 신소재인 그래핀을 기반으로 다양한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여러 제품 중 가장 먼저 상용화될 분야는 푸드테크다. 그래핀 멀티쿠커는 정식 출시 전부터 전 세계의 주목을 한껏 받았다. 지난해 10월 미국 타임지의 ‘올해 최고의 발명품’에 선정되면서다. 충전식 투명 그래핀 멀티쿠커는 세계 최초로 배터리 충전을 통해 코드 없이도 작동하는 발열 조리 기기다. 이는 기존 조리 기기의 절반 수준 전력인 600W 정도만 소비하기에 가능하다. 그래핀 발열체는 오븐이나 전자레인지에 내장된 코일 히터와 달리 인체에 유해한 전자파를 거의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또한 그래핀에서 나오는 중적외선 파장은 음식물을 가열하면서도 코일 히터보다 전력 소비량을 최대 30% 낮출 수 있다. 이밖에 발화점 이하의 균일한 발열을 통해 화재나 화상의 위험을 크게 줄였다.

그래핀이라는 신소재가 푸드테크를 이끄는 혁명적인 기술이 될 것이라는 게 홍 대표의 전망이다. 그는 “그래핀은 열원의 혁명”이라며 “1세기 이상 조리 기구의 주된 발열 기술로 활용된 니크롬선 히터가 점차 그래핀 히터로 대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눈여겨본 식품 전문 기업 아워홈은 그래핀스퀘어와의 협력을 통해 기업간거래(B2B)용 식품 가공 기기를 개발 중이며 다른 가전 대기업도 그래핀스퀘어에 소재 공급을 요청한 상태다.

이에 따라 그래핀이 다양한 산업에 두루 쓰이는 신소재로 점차 안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핀이 처음으로 발견된 지 21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소재 생산의 비용 문제 등이 난관으로 지적돼왔다. 영국 맨체스터대의 안드레 가임 교수와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박사는 2004년 탄소로 구성된 흑연에 투명 접착테이프를 붙였다 떼는 방법으로 그래핀을 분리하는 데 성공했고 두 연구자는 이 실험으로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지난해 게재한 ‘그래핀 20주년’ 특집 기사에서 “그래핀 개발은 과대 포장의 시기를 지나고 상업적 적용이 가능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평했다.

그래핀스퀘어는 그래핀 생산 단가를 낮추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서울대 화학부 교수를 겸하고 있는 홍 대표가 다양한 그래핀 기반 제품이 상용화될 수 있도록 큰 면적의 그래핀 소재 양산 기술을 직접 확보했다. 반도체 공정의 일종인 화학기상증착법(CVD)을 활용해 탄소와 수소로 구성된 메탄가스에서 수소를 분리해내는 대면적 그래핀 합성법을 2009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이다. 그래핀스퀘어는 이 공법을 적용해 그래핀 필름 및 모듈 생산 공장을 포항에 짓고 있으며 올해 10월 준공 예정이다. 이를 통해 윤전기에서 신문을 찍어내듯 고품질 그래핀 소재를 연속적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됐다.

홍 대표는 “자사가 독점으로 보유한 합성법을 통해 생산 단가를 10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면서 “CVD 기반의 그래핀 합성 특허는 아직 8년 간 유효기간이 남아 있어 다른 경쟁 업체와 격차를 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그래핀이 골프공과 같은 응용 제품에 소량 들어가는 데 그쳤지만 앞으로는 생산 단가 하락을 통해 다양한 첨단 산업으로 적용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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