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국고 지원에 기대 ‘무늬만 흑자’를 내고 있는 건강보험제도를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른바 ‘의료 쇼핑’ 등 지출 누수를 잡아내는 것은 물론 추가 수입을 늘리기 위한 재정 보강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건강보험료 수입은 83조 9520억 원, 보험 급여 지출은 95조 2529억 원이었다. 보험료 수입에서 급여 지출을 뺀 보험료 수지는 11조 3009억 원 적자를 나타냈다. 보험료 수지는 2015년부터 10년째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정부와 건보공단은 매년 보험료 수입의 13~15% 수준으로 이뤄지는 국고 지원과 적립금 운용 수익 등을 합하면 전체 건보 수지는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2007년 건강보험법 등을 개정해 예산의 범위 내에서 예상 건보료 수입의 20% 상당을 국고로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14%는 일반회계에서, 6%는 담뱃세(담배부담금)로 조성한 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하는 구조다. 당시 정부는 10년 안에 건보 재정을 정상화하라는 취지에서 일몰 조건을 달았지만 네 차례 연장돼 2027년 일몰 기한이 재도래한다.
문제는 보여 주기식 흑자 탓에 건보 개혁이 후순위로 미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사이 전체 규모만 늘어 지난해 지원금만 12조 2000억 원(일반회계 10조 3000억 원·건강증진기금 1조 9000억 원)에 이른다. 웬만한 정부 부처의 연간 총지출과 맞먹는 규모다. 박명호 홍익대 교수는 “실손보험 등 건보 재정의 낭비적인 요소를 걷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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