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이후 주주가치 환원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50개 종목 중 16곳이 기업가치제고(밸류업) 공시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
서 삼성전자·카카오 등은 빠른 시일 안에 공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물산·한국전력 등은 아직 참여 의사가 없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50개 종목 가운데 밸류업 공시를 하지 않은 상장사는 16개사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SDI, 삼성에스디에스 등 삼성그룹 상장 계열사들이 포진한 가운데 최근 주가 상승 흐름을 타면서 시총 상위권으로 대거 진입한 ‘조선·방산·원전’ 등도 공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금융위원회나 한국거래소가 주최하는 밸류업 간담회에 꾸준히 참석해 공시 이행 의지를 내비쳤으나 실행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난달 거래소가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재조정할 때 미공시 기업인 삼성전자를 편출하지 않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높은 현 상황에서 경기에 민감한 회사 특성 때문에 사업·재무계획을 견고하게 수립하는 것이 어렵다”며 “빠른 시일 안에 성장 계획을 포함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했다.
카카오도 업황을 이유로 밸류업 공시 참여가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급변하는 인공지능(AI) 시대에 맞춰 최근 사업과 지배구조를 재편 중인 만큼 중장기 목표치를 수치화해서 제시하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향후 이사회 승인 등을 거쳐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시장 주목도가 높은 조선·원전 등은 장기 부진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여력이 없다고 털어놨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누적 결손금 등으로 배당가능이익이 없는 만큼 당분간은 주주환원보단 성장과 주가 부양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가스터빈 등 주력 사업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는 시점부터 배당가능이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대되고 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향후 경영실적이 개선되고 재무건전성이 회복되는 시점에 공시를 고려할 계획”이라고 했다.
반면 밸류업 공시 참여 여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곳들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바 없으나 분기 실적 발표회와 기업설명회를 통해 정기적으로 투자자와 소통하고 있다”면서 우회적으로 공시 의사가 없음을 드러냈다. 삼성물산은 ‘해당사항 없음’이라며 간략히 적었다. 두 회사 모두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곳이다. 상장 공기업 중 가장 규모가 큰 한국전력공사도 공시에 참여하지 않았으나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는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새롭게 출범한 정부가 증시 활성화와 주주가치 제고 등에 관심이 큰 만큼 기업가치제고 공시에 대한 압박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위원은 “대선을 지나 코스피 지수가 상승한 건 증시 부양 정책이 이전 정부의 밸류업 정책 방향이 연속된다는 신뢰감을 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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