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중(對中) 관세를 전면 부과하면 중국산 저가 공산품이 한국 등 제3국으로 밀려들어오는 ‘수출 전환 효과’가 확대되며 국내 물가에 뚜렷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 조사국은 18일 ‘최근 주요국 물가상황과 미국 관세정책의 향후 물가 파급영향 점검’ 보고서에 중국산 수입단가가 10%포인트 하락할 경우 이후 1년에 걸쳐 국내 근원물가 상승률은 약 0.3%포인트 낮아질 수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한국과 일본처럼 미국과 중국 모두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의 경우 미·중 간 갈등에 따른 글로벌 수요 부진과 원자재 가격 하락이 물가 하방 압력으로 복합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사례도 이 같은 경로를 뒷받침한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1기 시절 미국의 대중 관세 조치 이후 중국은 관세 대상 품목의 수출을 인도, 한국, 독일 순으로 전환했으며 이들 국가에서는 수출가격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중국이 관세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해당 국가로의 수출을 가격이 더 낮은 제품 중심으로 집중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번 관세 조치의 영향이 어디까지 확산될지는 여전히 유동적이라는 설명이다. 미국의 대중 관세율은 5월 미·중 무역협상 이후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트럼프 1기 수준에 근접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는 점도 변수다. 중국의 생산자물가는 32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낮아진 중국 수출물가는 주요 교역 상대국 물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한 중국산 수출이 활발해진 가운데 최근 관세 인상 이후 미국 외 다른 시장을 겨냥한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온라인 광고 집행이 급증한 점도 눈에 띈다.
한은은 “이러한 점들을 종합할 때 중국은 미국 외 국가로의 수출 비중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저가 수출 압력으로 세계 주요국 물가에 일정한 하방 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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