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커피 시장에 야심차게 진출한 글로벌 브랜드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달한 가운데 현지화에 어려움을 겪는데다 저가 커피 공세에 맥을 못추는 모습이다. 일부 브랜드들은 기존의 프리미엄 전략을 내려놓고 배달앱에 입점하거나 각종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시장 안착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14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커피계의 애플’로 블리며 2019년 한국에 상륙했던 블루보틀은 최근 배달의민족에 이어 쿠팡이츠에 입점하며 주문 후 15~20분 내 도착하는 빠른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핸드드립만을 고수하던 ‘슬로우 커피’라는 철학을 포기한 셈이다. 이는 수익성 악화에 따른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블루보틀코이라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31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7% 증가했지만, 11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한국진출 후 첫 적자 전환이다.
캐나다의 국민 커피 브랜드로 불리는 팀홀튼도 상황은 비슷하다. 팀홀튼은 최근 지난해 4월 개점한 인천 청라점의 영업을 종료했다. 한국 진출 이후 첫 직영업 폐점 사례다. 2023년 한국에 진출할 당시 긴 줄을 늘어서며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2년 여 만에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올해부터 직영점 뿐 아니라 가맹사업을 확장하며 한국 진출에 박차를 가하려던 목표에도 제동이 걸렸다. 이에 팀홀튼은 이달부터 시그니처 메뉴인 ‘오리지널 아이스캡’ 가격을 60% 낮추는 승부수를 던지며 소비자 반응을 살피는 중이다.
글로벌 대표 브랜드들이 한국 커피 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로는 여러 요인이 꼽힌다. 일찌기 현지화에 성공한 스타벅스라는 브랜드가 공고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다 원두 가격 인상, 저가커피 브랜드들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특히 빽다방, 메가MGC커피 등 1000~2000원대 가성비 브랜드들의 성장은 글로벌 기업과 프리미엄 브랜드는 물론 동네 소규모 카페의 생존을 위협할 수준이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전국의 커피전문점 수는 약 9만 5337여 개로 지난해 동기보다 743개 줄었다. 커피전문점이 감소한 건 2018년 관련 통계 집계 후 처음이다. 최근 스타벅스마저도 야간 영업시간 연장, 음료 할인 등 여느 때보다 적극적인 영업활동에 나선 건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여기에 블루보틀이나 팀홀튼은 한국 정서에 맞는 전략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예컨대 블루보틀은 콘센트, 와이파이 등을 제공하지 않고 좌석도 불편해 매장의 재방문 요소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팀홀튼 역시 해외 가격 대비 국내 가격이 높은데다 한국 소비자들에게 와닿지 않는 캐나다 감성을 강조하며 공감대 형성이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커피업계 관계자는 “전세계 커피 트렌드를 선도하는 한국의 커피 시장은 단순히 해외에서 성공한 전략 만으로는 국내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어렵다”며 “한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맞춤 전략과 제품 및 매장의 현지화 등 지속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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