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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퀄컴 밤낮없이 달리는데…韓은 52시간 커녕 48시간 거론

[잘못된 법, 산업 어떻게 망쳤나]

■근로시간 제한 묶인 K반도체

제품설계·수율확보 집중근무 중요

R&D 연속성 위한 제도 개선 시급


한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또 하나의 규제는 근로시간 제한이다. 반도체는 첨단 제품 설계와 수율 확보를 누가 먼저 하는지에 따라 기업의 명운이 갈릴 만큼 ‘시간 싸움’이 중요한데, 미국과 대만 등 경쟁국이 밤낮없이 총력전에 나서는 것과 달리 한국은 주 52시간 제한을 넘어 오히려 48시간으로 한층 강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연구개발(R&D) 업무에 한정해 주 52시간 근무시간 제한 예외를 두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지속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반도체 기술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격변의 시기인 만큼 연속성 있는 연구와 신제품 개발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반도체 산업은 다른 분야와 달리 R&D 과정에서도 많은 장비를 활용한다. 반도체 설계의 정확도를 테스트하고 수율을 높이는 등 일련의 과정은 책상 앞에서만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이 장비들은 24시간 내내 돌아가기 때문에 이를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직원들도 불가피하게 집중해 일해야 한다.

이를 고려해 반도체특별법에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포함시키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노동계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최종 제외됐다. 주 52시간 예외 허용이 쉽지 않자 올 3월 정부는 임시방편으로 특별연장근로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했다. 정부 인가를 받아 주 64시간까지 일할 수 있는 제도다. 당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반도체 산업이 망하기 전에 행정적으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겠다”며 제도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인 만큼 입법화가 필요하지만 새 정부 들어 ‘근로 단축’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오히려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이었던 ‘주 4.5일 근무제’ 도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법정 근로시간이 주 48시간으로 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과 대만 등 주요 반도체 경쟁국은 주 40시간 근무제가 원칙이지만 우리와 달리 상당한 융통성을 부여한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퀄컴, 애플 등의 핵심 R&D 인력은 근무시간 규제와 관계없이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근무한다. 대만 TSMC는 2014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에서 삼성전자(005930)의 추격에 맞서기 위해 R&D 인력을 24시간 3교대로 운영하는 강수를 택하면서 빅테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정덕균 서울대 전기전정보공학부 명예교수는 “R&D 인력들이 본격적으로 뭘 해보려는 시점에 집에 가는 상황이 반복돼 연구 연속성과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엔비디아, TSMC 같은 곳은 제한 없이 일하며 현재 위치에 올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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