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로 남반구 전체 하늘을 관측할 수 있는 루빈천문대가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2년 안에 새로운 소행성 수백만 개를 발견할 것으로 기대되는 고성능 망원경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은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관련 협력을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천문연은 루빈천문대가 첫 관측 영상을 공개했다고 24일 밝혔다. 루빈천문대는 지름 8.4m의 시모니 서베이 망원경을 통해 세계 최대 남반구 전천(全天) 관측 사업인 ‘차세대 시공간 탐사 관측(LSST)’을 수행한다. 망원경은 2015년 건설을 시작해 올해 3월 관측을 시작해 이번에 영상을 얻었다.
공개된 영상은 사진과 동영상을 포함해 총 4개다. 첫 번째 영상은 우리은하에서 가장 가까운 처녀자리 은하단 일부를 보여주는 사진이다. 오른쪽 아래의 두 개의 나선은하가 선명하게 보이고 오른쪽 위에는 병합 중인 세 개의 은하가 한 영상에 보인다. 배경에 처녀자리 은하단보다 더 먼 거리에 있는 은하 그룹도 여러 개 보인다. 우리은하의 별들도 보인다.
두 번째 영상은 새로 발견한 소행성 동영상이다. 루빈천문대는 약 10시간 동안 관측해 태양계 내 새로운 소행성 2104개를 발견했다. 매년 2만 개가 발견되는 상황에서 루빈천문대는 2년 안에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소행성 수백만 개를 발견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 번째 영상은 별의 밝기가 변하는 변광성을 보여준다. 루빈천문대의 특장점 중 하나는 대형망원경을 이용해 반복적으로 관측함으로써 모든 천체의 밝기 변화를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험 관측에서 발견된 맥동 변광성 46개 중 3개의 밝기 변화를 예시로 보여준다. 루빈천문대는 변광성뿐만 아니라 초신성, 활동성 은하핵, 소행성과 같이 시간에 따라 밝기가 변하는 모든 천체들의 위치와 특성에 대해 거의 실시간으로 연구자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마지막은 석호성운과 삼엽성운을 보여준다. 루빈천문대가 찍은 사진 678장을 합쳐서 제작했다. 지구로부터 수천 광년 떨어진 성운의 기체와 먼지구름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천문연은 루빈천문대와의 협력을 통해 LSST 자료 접근권을 얻어 국내 연구자들에게 자료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천문연은 2011년 미국으로부터 프로젝트 참여를 요청받은 이후 관련 논의를 진행해왔다. 지난해 11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에너지부(DOE)과 현물기여를 통한 자료 접근권 확보에 대한 협약을 체결했다. 신속한 후속 관측을 위한 천문연 관측시설인 외계행성탐색시스템(KMTNet) 활용과 LSST 자료 배포 및 분석을 위한 지역거점 데이터센터도 운영한다.
국내 책임 연구자인 신윤경 천문연 책임연구원은 “순간 포착하는 데 그치는 단기적인 관측이 아니라 10여 년에 걸쳐 우주에 일어나는 변화를 관측하기에 우주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타임랩스 영화처럼 볼 수 있다”며 “인류는 역동적으로 변하는 우주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그 기원을 조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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