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이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 호조에 힘입어 3분기(3~5월) 시장 예상을 훨씬 웃도는 실적을 거뒀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 확산이 실적 개선을 견인하면서 반도체 업종 전반의 낙관론도 커지는 분위기다. 이에 AMD·브로드컴 등에 대한 투자심리도 덩달아 살아나는 분위기다.
25일(현지 시간) 마이크론은 회계연도 3분기 매출 93억 달러, 주당순이익(EPS) 1.91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 업체 LSEG가 예상한 88억 7000만 달러, 1.60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특히 D램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1% 급증한 71억 달러를 기록해 전체 매출의 76%를 차지했다. AI 열풍에 따른 HBM 수요 급증으로 데이터센터 매출이 두 배 이상 증가한 덕분이다. 마이크론은 올 4분기에도 매출 107억 달러, EPS 2.50달러를 예상하며 가이던스(실적 전망)를 상향 조정했다. 시장 예상치를 각각 약 8억 달러, 0.47달러 웃도는 수치다.
마이크론은 실적 발표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주문형 반도체(ASIC) 기반 고객사 4곳에 HBM을 대량 출하 중”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SK하이닉스(000660)·삼성전자(005930)와 함께 전 세계 HBM 시장을 주도하는 3대 공급 업체 중 하나로 현재 엔비디아와 AMD에 HBM을 탑재한 메모리 칩을 공급하고 있다. 고객사명을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나머지 2곳은 브로드컴, 마벨, 아마존웹서비스(AWS) 중 일부로 추정된다.
AI칩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기업 전반에 낙관론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HSBC는 브로드컴이 ASIC 사업에서 “깜짝 놀랄 만한 성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하며 투자 의견을 ‘매수’로 상향, 목표주가도 240달러에서 400달러로 올렸다. 멜리우스 리서치는 AMD가 AI칩 사업에서 두각을 내고 있다면서 목표가를 110달러에서 175달러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월가에서는 AMD가 내년에는 GPU 분야에서 엔비디아와의 격차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캔터 피츠제럴드는 마이크론이 데이터센터뿐만 아니라 소비자용 메모리 수요 회복에 힘입어 실적 성장세를 한동안 계속 이어갈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마이크론이 HBM 점유율을 확대하게 되면 자연스레 D램 시장 내 입지도 강화돼 최근 D램 시장 2위로 밀려난 삼성전자를 더 몰아붙일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앞서 올 1분기,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압도적인 지배력에 밀려 33년 만에 메모리 반도체 1위 자리를 내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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