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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료엔 커피 관장을"…'자연 치유법' 따르던 20대女 사망에 英 '발칵'

기사 내용과 무관한 이미지. 플라멜(AI생성)




영국에서 의학 음모론에 심취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항암 치료를 거부하고 자연 치료법에만 의존하던 20대 여성이 혈액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일이 발생했다.

최근 BBC에 따르면 케임브리지대학교를 졸업한 팔로마 셰미라니(당시 23세)는 지난해 7월 혈액암의 일종인 ‘비호지킨’ 진단을 받은 지 7개월 만에 사망했다.

팔로마는 2023년 말 가슴 통증과 호흡 곤란 증세로 병원을 찾았고, 당시 의료진은 항암 화학요법을 받으면 생존 확률이 약 80%에 이른다고 설명하며 치료를 권유했다. 하지만 팔로마는 병원 치료를 거부했다. 그 배경에는 어머니의 강력한 영향이 있었다고 가족들은 주장했다.

팔로마의 어머니 케이트 셰미라니는 한때 간호사였지만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백신과 마스크 착용을 반대하며 극단적인 의학 음모론에 빠져, 결국 2021년 영국 간호사협회에서 제명됐다. 그는 와이파이가 건강에 해롭다며 집 안 무선인터넷을 꺼버리는 등 과학적으로 근거 없는 믿음을 실천에 옮겼다. 또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자신을 ‘자연 간호사’로 칭하며 항암 치료를 받는 환자를 비난하고 의학적 근거가 없는 제품을 홍보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팔로마의 형제들에 따르면 부모님이 이혼한 뒤 팔로마의 형제들은 어머니 케이트와의 관계가 멀어졌지만, 팔로마는 유학 이후에도 어머니와 꾸준히 연락을 이어갔다. 딸의 암이 진행되는 동안 케이트는 딸이 친구나 남자친구, 다른 가족들과도 만나지 못하도록 통제했으며 딸의 남자친구에게 “항암 치료나 그 외 어떤 치료에도 동의하지 말라”는 문자메시지까지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팔로마는 어머니의 권유로 ‘거슨 요법’을 시도했다. 유기농 채식과 착즙 주스, 비타민 보충제, 커피 관장 등으로 구성된 이 자연 치료법은 암을 비롯한 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일부 주장과 달리 의학적으로는 검증되지 않은 방식이다. 영국 암 연구 협회는 해당 요법이 탈수, 장염, 심장·폐 기능 장애 등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병세가 악화된 팔로마는 끝내 사망했고, 이후 케이트는 SNS에서 “팔로마는 병원에 의해 살해당했다”, “죽음은 은폐됐다”는 주장을 펼치며 음모론을 이어갔다.

팔로마의 형제들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동생은 엄마의 ‘음모론에 대한 믿음’ 때문에 세상을 떠났다, 다른 누구도 우리가 겪은 것과 같은 고통이나 상실을 겪지 않기를 바란다”며 의학 음모론과 의료 허위정보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사회 전반에서 반(反)의학적 믿음이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하며 이는 단순한 의견 차원을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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