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미생물 밀집화 기술 개발…바이오수소 생산성능 14배 높여 [이달의 과기인상]

■김상현 연세대 교수

뭉쳐서 크게되는 자가 입상화 응용

수소생성균들 수㎜ '그래뉼' 유지

값비싼 멸균없이도 수소생산 길터

폐기물 처리·자원확보 두토끼 잡아

SK에코플랜트와 상용화 협력도

김상현(앞줄 왼쪽)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와 연구진. 사진 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김상현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가 바이오수소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바이오수소는 한국처럼 수소경제 전환을 계획하는 국가에서는 필수 기술입니다. 우리가 확보한 세계 최고의 바이오수소 생산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수소경제 시대를 앞당기는 데 기여하겠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신문이 공동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7월 수상자로 선정된 김상현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2일 바이오수소 독자 기술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치열해질 그린수소(청정수소) 확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교수 연구팀은 그린수소의 일종인 바이오수소 생산 성능을 기존 대비 14배 이상 높이는 데 성공했다. 이를 상용화하기 위해 SK에코플랜트와 손잡고 파일럿 스케일 연구도 진행 중이다. 파일럿 스케일은 대규모 상용화 전 시험을 위한 중간 규모 생산 시설이다.

그린수소는 탄소 발생 없이 친환경적으로 생산되는 수소를 말한다. 수소 자체는 대기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원이지만 수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탄소가 발생한다는 모순이 생긴다. 수소를 얻으려면 물을 산소와 수소로 전기분해해야 하고 이 과정에 필요한 전기는 주로 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로 충당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수소경제 실현을 위해서는 탄소 배출 없이 수소를 만드는 그린수소 기술이 필수로 여겨지는 이유다.

바이오수소는 그린수소의 일종이다. 동식물에서 나온 생체(바이오) 부산물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방식이다. 특히 자원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지고 있는 음식물쓰레기·하수찌꺼기·가축분뇨 등에서 바이오수소를 얻을 수 있다면 폐기물 처리와 자원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하지만 바이오수소는 생산하는 공정이 복잡하고 효율이 낮다는 문제가 있었다.



바이오수소를 얻으려면 동식물 부산물을 분해해 수소를 발생시키는 미생물을 활용해야 한다. 미생물은 여러 종이 서로 섞인 군집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그중 필요한 미생물인 ‘수소 생성균’만을 골라서 증식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른 미생물을 없애는 값비싼 멸균 과정이 필요하고 결국 바이오수소 단가가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연구팀은 수소 생성균이 서로 뭉칠수록 바이오 폐기물 분해력이 더 강해진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분해력이 강해진다는 것은 분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소 양도 많아진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값비싼 멸균 없이도 바이오수소 생산 성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미생물 같은 작은 입자들이 스스로 뭉쳐서 더 큰 입자가 되는 ‘자가 입상화’ 현상을 응용한 것이다. 미생물이 뭉친 더 큰 입자를 ‘그래뉼’이라고 한다. 연구팀은 미생물들이 수 ㎜ 크기 그래뉼을 이루고 이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로 바이오수소 생산 성능을 세계 최고 수준인 94㎥/㎥·d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하루 동안 반응조 1㎥당 수소 94㎥를 생산하는 효율이라는 의미다. 에너지로 환산하면 하루 동안 반응조 1㎥당 1GJ(기가줄)을 생산할 수 있다. 기존 바이오수소 생산 성능인 0.07GJ의 14배다. 연구팀은 관련 연구 성과를 지난해 국제 학술지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에 두 차례 발표했다.

김 교수는 “일정 수준 이상의 수소 생산 성능을 내기 위해서는 수소 생성균을 포함한 미생물들이 스스로 뭉쳐서 형성되는 그래뉼을 보유하고 유지하는 일이 필수”라며 “독자 기술을 바탕으로 파일럿 스케일에서도 70㎥/㎥·d 수준의 효율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응조 장치 규모를 키울수록 효율이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후속 연구를 통해 파일럿 스케일 장치에서도 실험실에 맞먹는 효율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SK에코플랜트와 함께 실험실 대비 120배 규모를 확장한 파일럿 스케일 장치를 지어 상용화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바이오수소는 바이오 폐기물 처리 효과도 있는 만큼 대량생산 체제만 갖출 수 있다면 수소경제 시대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 교수는 “한국은 올해부터 지방자치단체별로 음식물쓰레기·하수찌꺼기·가축분뇨 같은 유기성 폐자원 발생량에 비례해 메탄이나 수소를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관련 연구개발(R&D)의 동력이 충분하다”며 “가까운 미래 연료 상당량을 분산 설치된 그린수소 생산 시설에서 공급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그는 “개발된 공정과 운전기법, 해석 방법은 분산형 그린수소 생산을 환경 기초 시설에서 구현하는 원천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