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 위주의 식단이 오히려 치아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식물 속 미세 입자가 치아 법랑질을 마모시킬 수 있어서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뉴스위크에 따르면 스페인 발렌시아폴리테크닉대 연구진은 최근 식물성 식단이 치아 법랑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영국 왕립학회 학술지 인터페이스 저널(RSIF)에 발표했다.
법랑질은 치아의 가장 안쪽에 있는 상아질과 신경조직(치수)을 덮고 있는 층으로 외부 자극으로부터 이를 보호한다. 뼈나 강철보다 단단한 구조를 가졌지만 동시에 매우 부서지기 쉬워 세균이나 산성 물질, 플라크, 그리고 기계적인 씹는 작용 등에도 쉽게 손상될 수 있다.
연구진은 식물 세포에 존재하는 ‘피토리스’라는 실리카(모래 성분) 입자를 인공 잎에 넣고 사람의 치아에 문지르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 결과 해당 미세 입자가 이미 손상된 치아일수록 법랑질 마모를 더욱 악화시키고 미네랄까지 잃게 만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법랑질 손상은 '균열'이 아니라 ‘준소성 변형(quasi-plastic deformation)’이라는 형태로 나타났다. 이는 법랑질 내부 구조에서 미세한 균열과 이동이 발생하면서 치아가 부서지지는 않지만 점점 약해지고 영구적인 구조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실험 중 피토리스 입자도 마모돼 함께 부서진 것으로 나타났다.
법랑질은 칼슘, 인, 물, 단백질 등으로 구성돼 치아를 보호한다. 하지만 이 층이 침식되면 충치에 더 잘 걸리고 온도나 단맛에 민감해지며 착색도 쉽게 일어난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법랑질은 한 번 손상되면 회복되지 않는다”며 “충치는 치료할 수 있어도 손실된 법랑질은 크라운 등의 시술로만 보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랑질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예방이 최선이다. 불소가 포함된 치약, 부드러운 칫솔, 치실 사용을 사용하고 산성 음료는 빨대를 이용해 치아와의 접촉을 줄이는 것이 좋더. 수면 중 이를 가는 사람은 마우스 가드를 착용하는 것이 마모 방지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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