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이 유언장의 단점을 상쇄할 수 있어 최근 자산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유언대용신탁 시장에 뛰어들었다.
삼성증권은 8일 유언대용신탁 브랜드 ‘삼성증권 헤리티지’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고객(위탁자)이 생전에 삼성증권(수탁자)과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자산을 삼성증권에 맡기면 사후에 신탁계약 내용에 따라 미리 지정한 수익자에게 재산이 배분된다. 유언장은 자필·공정증서 등 법적 요건을 갖춰야 하고 상속인의 동의 없이 집행이 제한될 수 있지만, 유언대용신탁은 생전부터 법률적으로 유효하고 사망 후에도 금융기관이 계약서대로 즉시 집행한다.
앞서 은행들이 유언대용신탁 시장을 선점하면서 증권업계는 신영증권, 하나증권 등 소수 증권사만 유의미한 사업을 진행해왔는데 삼성증권은 자산 운용 측면의 경쟁력을 강점으로 내세워 다양한 투자상품 활용에 관심이 많은 고객들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증권 유언대용신탁은 고객의 자산 구성에 따라 개별 맞춤 계약이 병행되는 모듈형 구조다. 금전 자산은 머니마켓 트러스트(MMT), 부동산은 부동산 관리신탁 등 자산별 별도 신탁계약이 구성돼 고객이 원하는 방식대로 관리된다. 생전 고객은 상속인 지정, 상속 비율, 지급 시기와 조건까지 직접 설계할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 계약은 고객의 자산 규모와 구성에 따라 계약 기간, 수익자 구성, 배분 방식 등 수십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설계된다. 삼성증권은 프라이빗뱅커(PB)와 신탁담당자, 세무·법률 전문가가 함께 상담을 진행해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삼성증권 유언대용신탁은 가족 간 자산 승계를 넘어, 고객의 뜻을 사회에 남기는 ‘기부신탁’ 기능도 갖추고 있다. 고객은 생전 신탁 계약을 통해 특정 병원, 대학, 비정부기구(NGO) 등을 사후 수익자로 지정할 수 있다. 고객들은 상속인들이 생활비 등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외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활용한 정기지급형으로도 유언대용신탁을 설계할 수 있다. 설계 시 일정 부분 절세효과도 누릴 수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유언대용신탁은 단순한 금융상품이 아니라 고객의 철학과 의지를 반영하는 설계 도구”라며 “생전부터 상속의 준비를 시작함으로써 남은 가족의 분쟁을 줄이고, 뜻깊은 자산 이전이 가능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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