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환경미화원들이 고래 뼈와 창자를 매년 불법 배출했다는 공익신고를 해 관할 지자체가 조사에 나섰다.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은 9일 울산 동구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구 생활폐기물 수거대행업체 소속 환경미화원 2명이 불법 배출된 고래 부산물 수거 지시를 받았던 사실을 최근 동구청에 공익 신고했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동구청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업체 A환경 소속 환경미화원 2명은 지난해 6월 28일 오후 9시 27분께 사장의 지시로 방어동 수협위판장 건물 인근 담벼락에 버려진 고래 창자와 뼈 등을 운반했다. 이곳은 환경미화원들이 담당하는 구역도 아니었다. 당시 고래 사체는 마대자루 40여 개에 나눠져 담겨 있었다. 자루는 악취와 함께 검붉은 핏물까지 배어 나온 상태였다. 자루 무게는 2명이 마주 잡고 들어도 무거워 30~40㎏ 정도 되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환경미화원 A씨는 “2021년 입사 직후부터 유사한 방식으로 고래 창자를 수거해왔다”며 “작년까지 1년에 2~3번꼴로 반복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미화원 B씨는 “당시 입사 초기라 당연히 해야 할 일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란 걸 뒤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고래 창자는 원칙적으로 음식물류 폐기물 전용 수거 용기에, 뼈는 종량제 봉투에 각각 담아 배출해야 하지만 수십 개의 마대에 담겨 배출됐으며 밤늦은 시간 수거대행업체 측 지시를 받은 환경미화원들이 수거했다는 것이다.
환경미화원들과 노조는 수거대행업체가 불법 포획·유통한 고래 부산물 처리를 청탁받았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미화원들은 지난 4일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라 동구청 자원순환과에 공익신고를 했다.
노조는 “회사 지시에 따랐던 환경미화원들과 공익신고자들이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도록 보호해달라”고 지자체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동구청 관계자는 “공익신고서 내용을 토대로 해당 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며 “사실관계를 파악해 법적으로 적절한 조처를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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