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 상순에도 한국의 수출이 증가세를 보이면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자동차·철강 등 품목별 관세를 시작으로 미국의 관세 부과 계획이 현실화하고 있음에도 ‘수출 플러스’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7월 10일까지 수출 누계액은 3541억 21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 증가했다. 열흘 전까지는 3347억 1400만 달러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다소 적었으나 뒤집기에 성공한 것이다. 이달 1~10일 초순만 떼어 놓고 보면 수출은 194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5%나 증가했다. 일평균 수출 증가율도 동일하다. 조업일수 영향은 아니라는 얘기다.
국가별로는 10개 주요 수출국 가운데 홍콩(4억 5000만 달러, -43.1%)을 제외한 나머지 9개국에서 수출이 증가했다. 중국(37억 3600만 달러, 6.2%), 미국(34억 2900만 달러, 6.1%), 유럽연합(19억 5600만 달러, 3.6%), 베트남(17억 9100만 달러, 2.3%), 대만(9억 3900만 달러, 38.3%), 일본(8억 2300만 달러, 9.2%), 인도(5억 5600만 달러, 2.7%), 싱가포르(5억 1900만 달러, 6.6%) 말레이시아(3억 7000만 달러, 7.9%) 등이다. 미중 양대 시장으로의 수출이 견조했을 뿐만 아니라 신흥국 등 수출 다변화도 이뤄지고 있음을 짐작게 한다.
품목별로는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가 38억 2800만 달러로 12.8%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요 증가와 반도체 판매가격 상승 덕분이다. 이어 승용차(18억 100만 달러, 13.3%), 철강제품(12억 9600만 달러, 4.1%), 선박(8억 8900만 달러, 134.9%), 자동차부품(7억 달러, 2%) 정밀기기(2억 9400만 달러, 8.5%), 컴퓨터주변기기(2억 8400만 달러, 13.2%) 등의 수출이 늘었다. 반면 석유제품(13억 9800만 달러, -1.9%)과 무선통신기기(4억 1100만 달러, -13.7%), 가전제품(2억 300만 달러, -19.7%) 등의 수출은 줄었다.
올 하반기 첫 수출 지표가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지만 낙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25%의 관세가 적용 중인 승용차 수출이 두자릿수 증가한 데는 미국 이외 대체 시장을 적극적으로 발굴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7월 시작된 한국GM의 부분 파업 등에 따른 기저 효과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여서다. 25%에서 50%로 관세가 상향된 철강 역시 눈치보기 속 판가 상승분이 물량 감소분을 상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품목은 상호 관세가 본격 부과되기 전에 매입해두려는 미국 현지의 가수요도 일정 부분 섞여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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